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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 한강공원 '소음 천국'…곳곳에서 분쟁 '시끌시끌'

입력 : 2017-06-25 05:00:00 수정 : 2017-06-24 21: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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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 소음 공해와 분쟁 유발 / 텐트 속에서 들리는 영화 음악 까지 / 공공장소가 맞나 /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 필요 / 주말마다 반복되는 버스킹 공연은 소음 / 여기가 공연장인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성산대교 밑에 설치된 평상에 시민들이 열대야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일부 시민은 술을 마신 후 평상에 누워 있다.

“자전거 거치형 스피커에 들리는 소리는 음악이 아닙니다. 소음입니다. 한두 명이면 모르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스피커를 부착해서 라이딩을 즐기는 것 같아요. 중년 이상의 나이 드신 분들은 작은 휴대용 라디오로 트로트를 들으시는데…. 참. 한쪽에서는 트로트, 한쪽에는 가요, 여기가 공공장소가 맞나 싶어요.”

한강공원은 서울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공원이다. 지난 15일 오후 한강공원. 서울 용산구에 사는 강 모 씨는 운동 겸 산책으로 삼아 한강 공원을 즐겨 찾는다. 하지만 주말만 되면 한강공원을 찾는 것을 포기한다. 공원에서 들리는 각종 소음 때문이다. 소음에 질린 그는 주말만 되면 집에 있거나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는다고 말했다.

강 모 씨는 “버스킹(거리공연)부터 강렬한 댄스곡, 트로트 등 해마다 이런 광경이 늘고 있다”며 “산책을 하다 보면 자전거 거치형 스피커에서 들리는 소음에 때문에 짜증이 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버스킹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주말마다 반복되는 버스킹 공연은 소음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강에 모인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스피커 소리는 높이고 그 음악 소리를 듣다 보면 스트레스만 쌓여간다. 버스킹 공연 음악 소리에 여유 즐길 수도 없는 상황. 한강에서는 버스킹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만, 일부 버스커(버스킹하는 공연자)는 사람들이 모인 잔디에서 공연한다는 것.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공원을 찾은 김 모 씨는 “여기가 공연장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자기들이 즐기기 위해 남들까지 피해를 줘야 하는지 당최 이해가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촌 아파트에 사는 민 모 씨는 “여름만 되면 밤늦게까지 울려대는 음악 소리에 머리가 지끈지끈해 잠을 못 잔다. 여기가 공공장소가 맞나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공원 등 공공장소에서의 일부 시민들이 부주의한 사용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김 모 씨는 “휴대용 라디오를 주머니 속에 넣고 음악을 듣는 어르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간편하고 휴대하기가 편해 주머니에 넣고 다니시는데 말씀드리기도 그렇다. 또, 귀가 어두운 어르신일 수도 있어서 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손님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간이 야외테이블에서 노래를 부르면 즐기는데 뭐라고 말은 못 하겠고, 장사에 지장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김 모 씨는 “공원에서 밤늦게까지 텐트 안에서 영화를 즐기는 장면도 목격된다”며 “영화를 보는 것을 말릴 수가 없지만, 주변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삶을 즐기고 건강과 여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전거를 즐기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음악을 즐기며 한강공원을 달리는 ‘자전거족’이 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잠수교 북단 지하차도에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들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자전거 거치형 스피커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는 시민들도 적잖았다.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 귀에 오는 거부감 때문에 휴대가 간편한 거치형 스피커를 사용해 음악을 즐기는 ‘자전거족’이 늘고 있다. 자전거 거치형 스피커가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소음 공해와 분쟁을 유발하고 있다. 휴대성, 이동성 등 기술의 발달로 저렴한 가격에도 음질이 우수해 공공장소에서의 부주의한 사용한다는 것.

마포구 성산대교 인근 한강공원에서는 불법 전단인 치킨·피자·중화요리 등 배달음식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들로 쉽게 볼 수 있다. 더운 날씨를 피해 자전거를 즐기는 시민들인 잠시 쉬면서 전단지를 보고 주문을 한다. 배달 음식에는 맥주와 소주 등 쉽게 음주를 할 수 있도록 맞춤형 배달음식으로 포장돼 있다. 중년 이상의 나이 드신 분 술을 마시며 흥겨운 트로트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트로트를 즐기는 모습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일부 시민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채 마루에 누워 술에 취한 듯 고성을 지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 인근 평상에는 치킨·피자·중화요리 등 배달음식 전단지가 꽂혀 있다.

음주 라이딩을 즐기거나, 거치형 스피커로 소음을 발생해도 딱히 규제할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자전거로 음주운전을 해도 처벌조항조차 없다. 자전거 음주운전도 일반 차량 음주와 같이 인명피해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자전거족’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거치형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라이딩을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좁아진 시야, 그리고 음악 소리에 주변 반응이 느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한강공원관리 관계자는 “단속도 한계가 있다. 또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공원을 찾는 시민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숙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을 갖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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