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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바람 재소자, 교도관한테 잔소리 듣자…

입력 : 2017-06-25 11:40:01 수정 : 2017-06-25 11: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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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구치소 재소자 A씨는 아침 인원점검 시간에 팬티만 입은 채 담당 교도관을 맞았다. 상하의를 허벅지 위에 걸친 A씨는 ‘복장을 바로 갖춰 입으라’는 취지의 교도관 지시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화가 난 교도관은 A씨의 징벌을 건의했고 구치소 측은 회의를 열어 A씨에게 금치 9일의 징벌을 내렸다.

금치란 일정한 기간 징벌방에 수용되는 것으로 면회인 접견, 서신 수발, 전화 통화, 집필, 작업, 신문·도서 열람, 라디오 청취, 텔레비전 시청 등이 금지되거나 제한된다.

A씨는 억울하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교도관은 자신이 수의 바지를 입고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을 뿐 ‘복장을 바로 갖춰 입도록 하라’는 직무상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가 구치소장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냄에 따라 진위를 가리는 일은 법원 몫이 됐다.

재판 과정에서 당시 청소를 하던 구치소 요원의 증언 내용이 물증으로 제시됐다. 인원점검 시간에 A씨로부터 10m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는 청소부는 구치소 자체 조사에서 “교도관이 A씨에게 복장을 제대로 갖추라고 지시하는 걸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A씨의 바로 옆방을 쓰던 동료 재소자는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상반된 증언을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이진만)는 25일 “A씨에 대한 구치소 측의 징벌 결정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당시 청소부가 복장을 제대로 갖추라는 지시를 들었다고 진술했으나 바로 옆방에서도 듣지 못한 걸 더 먼 곳에서 들었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수용자 징벌의 전제가 되는 직무상 지시는 원칙적으로 명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교도관이 A씨에게 명확한 직무상 지시를 내린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징벌 부과는 잘못이란 것이다. 재판부는 “명시적인 직무상 지시가 아닌 묵시적인 직무상 지시라고 인정을 받으려면 기존에 동일한 직무상 지시가 있었다는 등의 엄격한 요건이 충족돼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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