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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미의 무덤’ 해외 파생상품 …뛰어들었다 손실 눈덩이

입력 : 2017-06-25 20:42:02 수정 : 2017-06-25 22: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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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품 진입장벽 높이자 해외상품 몰리는 풍선효과 / WTI 쿠르드오일 투자 규모 3584억弗… 5년새 10배 급증 / 당국, 해외수요 국내 돌리려 ETF 선물 등 상품 다양화
금융시장에서 파생상품 투자는 거의 도박이다. 정보력, 자금력에서 뒤지는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 특히 그렇다. 원금을 홀랑 날리기 일쑤다. 그런데도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대박을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사례는 드물다. 대개는 쪽박을 찬다. 그런 위험성 때문에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2011년부터 파생상품 투자 진입장벽을 높여왔다. 현재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하려면 2단계에 걸친 사전교육을 받고 모의거래를 해야 하며 개시증거금도 1500만원이나 필요하다. 개미들이 쉽게 들어가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나방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대박을 좇아 무모하게 뛰어드는 개미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파생상품 진입장벽을 높이자 개미들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 파생상품시장 투자규모는 최근 5∼6년새 급증세를 잇고 있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 규제의 풍선효과로 해외파생상품 시장 투자가 급증한 것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투자자의 연간 해외파생상품 투자액은 2011년 1조3792억달러에서 해마다 늘어 작년엔 2조8291억달러를 기록했다. 5년새 두 배 이상이 된 것이다. 특히 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WTI 쿠르드오일의 경우 2011년 337억달러에서 2016년 3584억달러로 5년새 열 배 이상 급증했다. WTI 쿠르드오일은 미국 시카고 상업거래소(CME)에 상장된,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가 선물상품이다.

개미들이 해외파생상품 투자로 쏠리는 것은 국내시장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해외파생상품 투자는 최근 시작된 증권사 비대면 계좌 개설을 통해 손쉽게 시작할 수 있다. 위험고지는 팝업창으로 확인만 하면 되고 파생상품 거래를 하기 위한 최소비용인 증거금도 국내에 비해 훨씬 작다.

풍선효과로 해외파생상품 투자가 급증세이지만 위험한 속성은 마찬가지다. 위험 정도를 따진다면 국내상품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2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 파생상품의 변동성에 대한 예측도 개미들에게 버거운 일인데, 시카고 상업거래소에 상장된 쿠르드오일 시장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개미들 중 “잠자고 일어났더니 투자금이 눈 녹듯 증발해 버린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쿠르드오일의 경우 한국시간으로 밤10시부터 새벽4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가격변동성이 커질 경우 장중 증권사 반대매매로 계약이 사라지고 투자금을 날리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개미들의 손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면서 “지금 해외파생상품시장은 개미들의 무덤이자 국부유출 현장”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외파생상품 투자가 많이 늘고는 있으나 손실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고, 이 때문에 다시 국내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대신 상품 다양화로 국내 파생상품시장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파생상품시장의 다양한 투자 수요 충족을 위해 상장지수펀드(ETF)선물 3종목을 신규 상장해 26일 거래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 개별주식선물 9종목과 개별주식옵션 10종목을 추가 상장한다. 추가 상장으로 개별주식선물 상장종목은 123개에서 132개로, 개별주식옵션은 20개에서 30개로 증가한다.

개인투자자의 헤지(위험회피)거래 수요 충족을 위해 현물자산 범위 내에서 헤지거래를 하는 경우 기본예탁금을 면제하는 ‘헤지전용계좌’를 도입한다. 외국인 투자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옴니버스계좌도 도입한다. 해외 금융투자업자는 국내에 자기 명의로 개설한 옴니버스계좌를 통해 다수 외국인의 파생상품 주문을 일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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