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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은 / 선택약정 할인 확대와 보편요금 / 이통사 타격 정도 가늠키 어려워 / 통신 미래 대비는 사업자 몫 남아 통신비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수익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정부가 추산한 4조6000억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가 반영되면 적자가 날 수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과 ‘보편요금제’ 출시다.

통신서비스 가입 시 소비자는 ‘공시지원금’제도를 통해 휴대전화 가격을 할인받거나 제값을 주고 휴대전화를 산 후 12개월 혹은 24개월간 약정을 맺고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후자의 요금할인제도를 선택약정이라고 한다. 선택약정으로 할인받는 금액은 현재 요금의 20%로 정부 정책에 따라 앞으로 25%로 높아진다.

보편요금제는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다. 정부는 월 2만원에 음성 200분과 데이터 1GB, 문자는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를 이르면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엄형준 산업부 차장
정부의 인하 대책으로 이통사가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될지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이번 통신비 인하 대책에 한 이통사 관계자는 “지난해 이통 3사의 영업이익이 3조6000억원이었는데 4조원이 넘는 통신비를 절감하는 건 사업을 접으라는 얘기”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적어도 당장 적자가 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선택약정 할인율이 상향되면 같은 요금제 이용자를 기준으로 이통사의 1인당 매출(ARPU)은 필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선택약정을 택한다는 건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택약정 가입자가 늘어나면 매출이 감소할 수 있겠지만 이통사의 마케팅비인 공시지원금 규모도 함께 줄어든다.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더 큰 문제는 보편요금제 도입이다. 보편요금제는 현재 약 3만2000원을 내야 쓸 수 있는 음성·데이터를 월 2만원에 제공한다. 이렇게 되면 단순히 3만원대 요금제만 타격을 입는 게 아니라 4만원대 요금제가 3만원대로, 5만원대 요금제는 4만원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발표대로 보편요금제 가입자는 월 1만1000원의 기본료 폐지보다 더 큰 요금절감 효과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 보편요금제 도입이 모든 소비자의 요금 절감과 이통사의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 통신 데이터 소비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로, 소비자들이 요금을 줄이는 대신 같은 값에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혹은 이통사가 공시지원금을 높여 휴대전화 가격을 대폭 깎아주는 대신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매출 감소를 방어할 수도 있다.

보편요금제의 경우 일부 법 개정이 필요하고 위법 논란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통신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최대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통신업체가 망하지 않으면서도 가계 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묘수를 찾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읽을 수 있다.

다만 이번 통신비 대책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가계 통신비의 한 축인 휴대전화 구입비에 대한 대책이 빠졌다. 이통사의 비용 인하만으로는 소비자들이 통신비 체감효과를 크게 느끼기 힘들다. 이번 대책이 휴대전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둘째 향후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어 시민단체와 제조사가 머리를 맞대고 통신비를 고민하기로 한 부분은 과도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가격결정에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 필요하다면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 필요한 정책을 만들고 시민단체는 장외에서 목소리를 내면 될 일이다.

끝으로 이통사의 적자 운운에는 동감하지 못하지만 통신비 정책에 미래를 위한 투자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엔 일부 동의한다. 이번 통신비 인하 논의에서 통신의 미래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사업자의 몫으로 남았다. 주파수 경매 등을 통해 막대한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의 모든 책임을 이통사에 미뤄도 되는 것일까.

엄형준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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