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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불법 구매부터 마약까지… 구멍 뚫린 해외직구

입력 : 2017-06-25 19:30:00 수정 : 2017-06-26 09: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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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직구 시대의 ‘그림자’ / 약사법은 금지·관세법은 6병 허용 / 상충하는 법률도 구매현상 부추겨 / 일반인 특송화물 등 통해 반입 시도 / 국내 마약반입 적발 건수 80% 차지 / 단속권 가진 검경·공항·항만 기관들, 권한·조사영역 등 달라 협력 어려워 / 외국어 미숙 소비자 노린 사기 빈번 / 모조품 받거나 환불 요구 거절당해

클릭 몇 번이면 질 좋고, 값 싸고, 국내에는 없는 제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건 해외직구의 강점이다. 연간 1700만건 이상, 2조원에 가까운 거래금액을 기록할 정도로 해외직구가 일반화된 이유다. 하지만 이 같은 편리함과 제품의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급격한 양적 팽창은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국내에서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제품의 주요 유통경로가 되고 있는 점이 대표적이다. 외국어가 약한 일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사, 중개업체 등의 사기행각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최상급 공급”…마약 반입 통로 된 해외직구

지난해 말 평범한 회사원인 50대 A씨가 구속됐다. 그는 미국의 마약 판매 사이트에서 구매한 대마초 23g을 원두커피로 위장해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평소 두통을 자주 앓는 B(29·여)씨는 해외직구로 진통제를 구매한다. 국내 진통제보다 외국의 것이 더 낫다는 게 그의 확신이다. 외국 온라인 상점을 뒤져 적당한 것을 찾고 처방전을 요구받는 것도 아니어서 구매를 하는 것은 수월하다.

마약이나 처방전 없는 의약품 구매는 그 자체가 불법이고 국내에서는 엄격히 금지된 일이지만 해외직구를 통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접근 자체가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에 A씨의 사례처럼 일반인들까지 마약 반입을 시도하는 지경이다.
검찰에 적발된 LSD 스티커 마약(오른쪽 아래).
실제 지난해까지 해외에 서버를 둔 한 인터넷 사이트에선 대마, 코카인, 엑스터시 등 각종 마약류가 g당 3만∼30만원에 팔렸다.

이 사이트는 ‘미국과 캐나다의 최상급 마약을 국제우편을 통해 배송한다’, ‘특수 포장으로 반입 과정에서 단속되지 않는다’, ‘적발이 되면 환불까지 해준다’고 홍보했다. 결제도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진행됐다. 

해외 마약 반입 적발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2011년 174건이던 것이 2014년 308건, 2015년 325건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적발건수는 1293건으로 이 중 1041건(80.5%)이 국제우편, 특송화물 등의 해외직구를 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마약류 거래사이트 단속 건수가 177건에서 1776건으로 10배 이상 느는 등 해외직구가 마약류 유통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약품 구매의 경우 국내와 해외의 법률 차이, 국내법 간의 충돌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법은 의약품의 온라인 거래, 처방전 없는 의약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외국의 경우엔 이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없다.

약사법과 관세법이 상충하는 점도 의약품 해외직구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약사법은 온라인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관세법은 본인 사용을 전제로 6병까지 반입을 허용해 일부 구매자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온라인 의약품 판매 사이트 차단 건수는 2011년 2409건에서 지난해 1만6397건으로 크게 늘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관세청 마약 담당 조사관들이 마약 은닉 도구로 활용된 신발, 견과류 용기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불법 구매 근절에 정부 기관 간 협력 필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제 수사권을 가진 검찰과 경찰, 해외직구의 관문인 공항, 항만 등을 관리하는 각 기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정지연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사무총장은 “해외직구로 마약이나 의약품을 사는 이유는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적발이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라며 “경찰과 검찰에다 다른 기관이 협조를 통해 단속을 강화하는 것 말고 다른 해법을 딱히 생각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권한, 조사 영역 등이 달라 기관 간 협력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언어장벽 노린 ‘먹튀’ 주의보


해외직구가 확산되면서 외국어가 미숙한 소비자를 노려 판매자나 일부 구매대행 업체가 사기행각을 벌이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20대 김모씨는 지난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대량할인기간)를 맞아 해외 온라인 쇼핑몰에서 39만원을 주고 명품 패딩을 샀다. 온라인 쇼핑몰에 명시된 정품인증 홍보를 믿고 구입했지만 김씨가 받은 패딩은 모조품이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주소는 유럽이었는데 배송지는 중국인 것을 확인하고 어이가 없었다. 김씨는 환불을 요청했지만 판매자는 갖은 핑계를 댈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외국어에 능통하지 않은 데다 해외배송 시스템을 잘 모르니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었다.

지난해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접수된 719건의 해외거래관련 소비자상담 내용을 보면 예약취소·환불불가가 395건으로 가장 많고 배송지연(125건), 잠적(102건), 제품불량(2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관계자는 “해외직구를 할 때는 계좌이체 결제를 피하고 피해구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게 좋다”며 “해외직구 이용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불만도 함께 증가하고 있어 관련 법규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범수·배민영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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