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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희망퇴직, 시련 아닌 기회…5억 쥐고 떠난다

입력 : 2017-06-27 05:00:00 수정 : 2017-06-26 08: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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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업계의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희망퇴직 등을 통해 몸집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5000여명의 은행원들이 퇴사했는데요. 국내 시중은행의 판매·관리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르고 있습니다. 은행의 생산성이 낮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희망퇴직은 초기 은행의 몸집을 줄이는 데 도움될지 모르나, 은행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구조 개선에는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퇴사해야 할 나이든 간부급 직원들은 버티고, 되레 과장급 전후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한 뒤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들은 아직도 막대한 인건비를 떠안은 채 비효율적인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은행들은 기존 인건비로 지출하던 돈을 디지털 시스템 구축에 투자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는 데 반해, 국내 상당수 은행들은 여전히 인건비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같은 비효율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자 은행들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으나 근로자 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은행원들은 왜 이른바 '신(神)도 부러워하는 직장'을 떠나는,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은행권 일자리가 최근 3년사이 5000명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팍팍해진 은행권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갈수록 심해지는데다 인공지능(AI), 모바일 거래 등 '핀테크(fintech)'의 발전 탓에 지속적인 일자리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차라리 돈을 많이 줄 때 일찍 떠나 희망퇴직을 '기회'로 삼는 은행원들이 늘고 있다. 30∼40대 직원들의 경우 퇴직금과는 별도로 2억∼5억원의 희망퇴직금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은행권 일자리 3년새 5000명 감소…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사

A은행은 최근 2년간 희망퇴직만으로 4000여명이 퇴사했는데, 전체 은행인력의 20%를 불과 2년 만에 감축한 것이다.

B은행도 2년간 1400명이 짐을 싸서 나갔다.

직접 나가라는 사측의 압박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악화한 삶의 질이 은행원들을 일터에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멤버십확대,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 등으로 부가적인 업무가 급증한데다, 입출금 관련 업무만 주로 담당했던 창구 직원 여성들도 이제는 펀드·보험 판매 등 다양한 부수 업무를 해야 하고 관련 자격증도 따야 한다.

성과연봉제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부수 업무가 많은데 성과제까지 도입되면 영업점은 '전쟁터'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권에는 성과주의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당장 B은행은 퇴직 지점장들을 재채용하면서 성과급 비중을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기존 지점장에게는 현재 15%의 성과급만을 적용하는 것에 견줘 3배 이상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아울러 핀테크가 가져올 은행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큰 상황이다. 당장 송금이나 출금 등 거래의 90% 이상은 비(非)대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모바일 대출 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AI 거래 급증, 기존 행원 입지 좁아져…불투명한 미래에 밤잠 설치는 이들 늘어나

은행원 감원은 전 세계적으로 이미 예고된 수순이다. 시티그룹은 '디지털 파괴'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은행 인력이 정보통신기술의 성장 탓에 2015년 546만명에서 오는 2025년 362만명으로 30%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은행원들도 최근 수년간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금융위기 후 지난 2010년 12월 13만3000명선까지 줄었던 국내 은행원은 2012년 말 13만7000명으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전환, 작년 상반기에는 13만2000명으로 감소했다.

연말 연초에 있었던 희망퇴직 등으로 은행원 수는 13만명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 시중은행에서만 4000명 가량 줄어든 반면, 채용자는 1000명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비대면 거래를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점포 수도 줄고 있다. 5대 시중은행에서만 지난해 177곳이 줄었다. 사라진 점포 수는 전년인 2015년에 견줘 3배 가까이 늘어났다. 2015년에는 2014년 말에 견줘 58곳이 줄었다.

특히 지난해 사라진 점포 5곳 가운데 4곳이 수도권 점포였다. 이곳은 모바일 사용 빈도수가 높은 젊은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올해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해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 트렌드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앱 신규 출시 속도는 빨라지고, 모바일 대출 등 스마트폰 전용 상품도 늘어나는 추세다. 모바일 대출은 대출금리가 영업점보다 약 0.1%포인트 저렴한데, 이는 인력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원가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AI까지 가세하고 있다. 각 시중은행은 AI를 통한 자산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이미 송금 등도 AI를 활용해서 시행하는 상품이 출시됐다.

이처럼 기존 은행 직원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 불투명한 미래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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