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새 정부의 교육 혁신은 적지 않은 진통을 겪고 있다. 국정기획위가 국정과제에 반드시 포함하겠다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교 내신의 절대평가로의 전환, 고교 학점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역시 문 대통령 공약인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 폐지 이슈가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
진보성향 일부 교육단체와 시도교육감이 교육 권력 교체 틈바구니를 메우고 있긴 하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교육공약 이행 촉구 집회를 열고 새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를 쏟아낸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전임 정부와 반대 진영 ‘낙인찍기’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졸지에 헌법재판소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 합헌 결정은 ‘청산해야 할 교육적폐’로, 외국어고·자사고는 ‘배척해야 할 사이비 다양성·자율성 입시명문고’가 됐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에 압축돼 있다고 한다. 교육정책의 무게중심을 다양성·수월성보다는 공정성·형평성 쪽에 두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누리과정에 대한 지원 확대와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 대학 반값등록금 확대 등 양극화 해소 방안은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공약이었다.
그렇지만 입시와 학교체제 개편은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교육 철학이나 관점, 상황에 따라 호불호가 첨예하게 갈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편성이나 형평성을 취하려면 수월성 교육에 따른 효과는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접점을 찾아야 한다. 특히 입시 위주 경쟁교육이나 고교·대학 서열화, 계층 이동 사다리 붕괴 등의 현상은 교육만의 문제도, 전임정부만의 적폐도 아니다.
구체적인 비전 제시와 합당한 논리,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만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교육이 가능하다. 작금의 깜깜이·하향식 정책 결정과 낙인찍기·편가르기로는 5년 뒤에 새로운 적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시한과 결론을 정하지 말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끊임없이 설득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교육공약 중 하나는 범사회적 합의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다. 교육정책이 정권·이념에 따라 춤을 췄던 그간의 폐해를 막고 학교를 명실상부한 미래 인재 양성소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교육기회는 평등하고, 입시경쟁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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