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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융합 국악인 신정혜, ‘보성소리 심청가’ 첫 완창 도전

입력 : 2017-06-27 03:00:00 수정 : 2017-06-27 09: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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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서울 돈화문국악당, 4시간 30분 “스승 성창순 명창 추모 무대” “스승은 어버이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고(故) 성창순 명창은 제겐 어버이와 같은 존재입니다. 선생께서 물려주신 보성소리 심청가 완창을 준비하며 저는 이 구절을 마음에 담았습니다. 선생님 생전에 소리를 들려드릴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점이 마음 아픕니다. 소리 안에서 선생님이 남겨 놓으신 흔적과 그늘을 다시 만납니다. 전해 주신 소리 안에서 대목마다 구절마다 다시 선생님을 만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나무는 바람을 붙잡을 수 없으나, 그 바람이 지나가고 난 흔적만큼은 품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소리를 물려주신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도록 더 정진하겠습니다.”

국악계 입문 23년 만에 처음으로 판소리 완창 발표회를 갖는 소리꾼 신정혜. 스승인 고 성창순 명창이 물려준 보성소리 심청가를 대중 앞에 완창으로 풀어내는 첫 무대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심청가 보유자였던 소정(素汀) 성창순(1934~2017) 명창 생시에 기획한 첫 완창 발표회 ‘보성소리 심청가’(7월 9일 오후 3시 서울 돈화문국악당·사회 배연형, 고수 윤호세 한수산)를 준비하는 제자 소리꾼 신정혜(35)가 ‘모시는 글’에서 밝힌 소회다.

젊은 소리꾼 신정혜는 올해 초 83세로 소천한 성창순 명창한테 사사를 받고 있어서 슬픔이 남다르다. 서편제 시조인 박유전으로부터 시작된 보성소리 심청가는 정재근-정응민을 거쳐 성우향·성창순·조상현이 계보를 잇고 있다. 음악적 구성이 치밀하고 이면에 잘맞게 소리가 짜여져 있으며 품격을 더하여 격조 있는 소리라 일컬어진다. 이번 완창 공연시간은 4시간 30분(휴식 포함) 소요된다. 관람은 무료다. 

성창순 명창 생시에 심청가를 사사받고 있는 신정혜(왼쪽). 신정혜는 영남 출신 아버지와 호남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동서융합 국악인이다.
신정혜는 국악 불모지 대구에서 12살 때 대구시무형문화재 제8호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인 이명희 선생을 사사하며 국악계에 입문했다. 이어 주운숙 선생에게 심청가를, 성창순 선생에게는 심청가와 흥보가를, 송순섭 선생에게 적벽가를, 유미리 선생에게 춘향가를, 그리고 안숙선 선생에게는 수궁가를 사사했다. 아버지 신동만은 경북 의성 출신이고 어머니 유미금은 전남 나주 출신이다. 영호남의 피를 반씩 받아 태어난 동서융합 국악인인 셈이다.

여러 선생을 찾아다니며 배운 이유에 대해 신정혜는 “유파와 계보를 넘어 순수하게 판소리 5바탕을 다 배우고 싶은 공부 욕심 때문이었다”며 “국악 불모지에서 태어났기에 오히려 자유롭게 모든 것을 섭렵하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와 심청가 이수자이다.

이명희 선생을 시작으로 주운숙 선생, 성창순·송순섭·유미리·안숙선 명창을 사사하며 유파를 넘나드는 전천후 국악인으로 성장한 신정혜는 전통과 창작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침체 일변도인 국악을 대중화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국악인으로는 드물게 키가 170cm가 넘을 정도로 훤칠한 신정혜는 국립국악고등학교를 거쳐 이화여자대학교 국악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과정에서 공부했다. 제10회 전국남도민요 경창대회 일반부 대상, 제22회 KBS 국악대경연 판소리 차상, 제22회 전국판소리경대회에서 명창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국립극장 차세대명창 공연, 창작판소리공장 바닥소리에서 창작판소리극 ‘닭들의 꿈’, 잔혹 판소리극 ‘해와달’에 참여하였고, 국악 뮤지컬 ‘대한제국 명탐정 홍설록’과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동극장 아라예술단 단원을 비롯해 ‘The 광대’, ‘이스터녹스’, ‘김덕수 판’, ‘김덕수 일렉사물놀이’, ‘남여울’ 객원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앨범 ‘따로 또 같이’를 발매했다.

현재는 배연형 판소리학회장이 이끌고 있는 고음반연구회 ‘선영악회’ 동인, (사)한국판소리보존회 서울중구지부장, 오케스트라 ‘아리랑’ 단원, 유대봉제 백인영류 가야금산조 보존회 회원, 예인집단 ‘가시’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젊은 소리꾼 신정혜가 7월 9일 오후 3시 서울 돈화문국악당에서 4시간 30분 동안 진행하는 ‘보성소리 심청가’ 완창에 도전한다.
다재다능한 신정혜는 소리꾼이지만 고(故) 백인영 선생에게 익힌 가야금산조와 시나위 가락, 수성가락을 살려 그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예랑실내악단에서 가야금 연주와 소리 공연을 함께 해오고 있다. 올해는 국립무형유산원 ‘2017 이수자뎐’에 선정돼 전통과 함께하는 다양한 장르와 결합을 통해 판소리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신정혜의 이번 공연 사회를 맡은 배연형 판소리학회장은 “신정혜는 여창답지 않게 항이 크고 힘이 좋다. 또한 청구성을 타고났다. 그의 가장 큰 미덕은 치열함이다. ‘저러다가 뒷감당을 어떡하려나’ 싶을 정도로 질러나가는데, 나중에 보면 또 그만한 뒷심이 있음을 알게 된다. 신정혜는 성창순 명창의 제자이다. 그런 까닭에 신정혜의 소리도 네모 반듯하게 짜임새가 있고, 소리길이 정확하고 또 야무져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상찬(賞讚)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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