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임영신(1899∼1977), 박순천(1898∼1983)씨는 대한민국 여성 정치의 선구자다. 임영신은 여성 국회의원 1호다. 1948년 여성으론 처음인 상공부 장관에 임명되자 “서서 오줌 누는 사람이 어떻게 앉아서 오줌 누는 사람에게 결재받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임영신은 “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해 서서 오줌 누는 사람 이상으로 활동했다. 내게 결재받으러 오기 싫은 사람은 사표내라”고 했다는 일화다. 박순천은 ‘여성 당수 1호’다. 1963년 민주당 총재로 선출됐다. 국회에서 남성 의원들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공격했다. 박순천은 “나랏일이 급한데 암탉 수탉 가리지 말고 써야지 언제 저런 병아리를 길러서 쓰겠느냐”고 응수했다고 한다.

2006년 노무현정부에선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열린우리당 재선 출신인 한명숙씨다. 2012년 1월엔 민주통합당 대표에 뽑혔다. 당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이정희였다. 여야 3당 간판을 여성이 독식했다. 마초 남성 지배 시대인 한 갑자(60년)를 지나서야 모성 정치 시대를 맞이했다고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평했다. 그해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겨 동북아 3국 중 한국에서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하지만 여성 정치인 세력화는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20대 총선 여성 당선자 비율은 17%에 그쳤다. 유엔 권고 수준은 30%다. 공교롭게도 여성 대통령·총리 출신은 모두 수감 중이다.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다. 여성 리더십 비관론이 번질 수 있는 악재다. 반면 5·9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선전해 희망을 살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제 끝난 바른정당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이혜훈 의원이 새 대표로 뽑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 심 대표와 함께 여성 대표 시대가 다시 열렸다. 이 대표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며 당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대선 과정에서 독설과 강공으로 당 분열을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표 경선에서 ‘어머니 리더십’을 내세웠으나 실천 여부는 미지수다. 그가 여성 정치의 발전과 후퇴, 어느 쪽의 길을 걸을지 지켜볼 것이다.

허범구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