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대신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가는 건 세계적 추세다.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선언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합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각국이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 수력, 조력, 바이오가스 등 신재생 에너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미국 공백을 틈타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파리협약 탈퇴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뒤처지면 국가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가 신재생 에너지 주도국으로서 주목받은 적이 있다. 녹색성장을 국가적 구호로 내걸고 강력하게 정책을 펴던 이명박정부 시절이다. 녹색성장 브랜드를 전 세계에 퍼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우리나라 주도로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를 설립하고 2012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인천 송도에 유치했다. 하지만 정권이 끝나면서 바람 빠진 풍선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새 정부가 과거 정권의 흔적 지우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 정책은 공과를 따지지 않은 채 무조건 폐기처분됐다. 그 자리를 벤처육성, 지역균형발전, 녹색성장, 창조경제 같은 거창한 구호들이 대신했다. 국가의 중장기 발전계획이 단임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판이니 미래 성장동력이나 친환경 정책이 제자리를 잡을 턱이 있겠는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탈석탄’을 선언했다. 그러려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연구와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친환경 산업 관련 일자리 창출도 기대된다. 정부가 어떤 용어를 붙일지 모르지만 결국 녹색성장과 맥이 닿게 마련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과거 정권의 정책이더라도 이어받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환경 후진국의 오명을 털어내자면 이런 실사구시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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