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박병진의 밀리터리 S] 전관예우 등에 업고 돈 좇은 송영무, 국방개혁 자격 있나

관련이슈 박병진의 밀리터리S

입력 : 2017-06-26 18:44:28 수정 : 2017-06-27 00:49: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軍 장성 출신들 자문직 다반사 / 宋 후보 ADD·법무법인 등 겸직 / 고액 자문료 불구 해명도 군색 / 도덕성 흠집 난 ‘지휘관’ 안될 말
통상 군에서 대장 출신 등 장성들이 군복을 벗고 나면 국방연구원(KIDA),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연구원 등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정책자문직을 맡는다. 일종의 전관예우(前官禮遇)로 이런 관행은 여전하다. 임기는 2년 정도지만 현직에 있는 대장이 전역하면 바로 교체된다.

월평균 자문료는 300만∼400만원 선. 차량과 사무실도 지원된다.

일부 대장 출신들은 대기업이나 방산업체 또는 법무법인에 고문역으로 스카우트돼 고액 자문료를 받기도 한다. 육군 출신으로 합참의장까지 지냈던 한 예비역 대장은 국내 유명 통신업체 고문을 역임했다. 박근혜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됐다가 자진 사퇴한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포함된다.

하지만 대장 출신들이 돈을 좇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군에서 별 넷까지 달고 나왔는데 기업체나 법무법인에 재취업해 시비나 이권이 걸린 사업에 개입하는 것을 꺼려서다. 후배들 보기에 민망하다는 점도 주저하는 이유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군 의문사자 유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반면 통신이나 공병, 경리병과 출신 장성들의 업체 진출은 잦다. 주로 준장과 소장 계급이 여기에 해당된다. 군 관계자는 “통신이나 공병은 군복을 벗으면 곧바로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게 다반사”라며 “다른 병과 장성들은 돈보다 명예를 중히 여기는 풍토가 아직 남아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육해공군 대장 출신의 재취업은 해·공군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기술군’인 해·공군의 특성이기도 하다. 또 이러한 현상은 대형무기 도입사업이 해·공군에 집중됐던 2000년대 이후 두드러졌다. 다소 개방적 분위기의 육군과 달리 폐쇄적인 해·공군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법무법인과 국내 대형 방산업체 취업을 통해 고액의 자문료를 받은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도 비슷한 경우다. 그를 향해 제기된 해군총장 재직 당시 납품비리 관련 수사 중단 지시와 딸의 ADD 특혜 취업, 위장전입 등의 의혹은 사실 곁가지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곤혹스러운 점은 대장 출신이 너무 돈을 밝혔다는 식으로 인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송 후보자는 2008년 3월 전역 직후 ADD에서 근무했다. 2009년 1월부터는 법무법인 율촌의 자문직도 맡아 2년 9개월 동안 주 2일, 14시간 일하며 월 3000만원씩 총 9억9000만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그런데도 ADD에 제출한 겸직 신청서에는 보수와 관련해 ‘월 약간 활동비 정도’라고 적었다. 이후 방산업체 LIG넥스원의 국방사업 관련 자문 계약도 했다. 2013년 7월부터 2년6개월 동안 월 8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전관예우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유수의 방산업체인 LIG 넥스원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자문을 받은 적이 있다.

국방분야 자문역은 방위사업법이 만들어진 뒤 법무법인과 방산업체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직종이다. 이전까지 밀실에서 거래되던 군의 무기획득사업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결과로 일각에선 이로 인해 군이 다소 투명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송 후보자의 재취업이 눈총을 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ADD와 법무법인에서 15개월간 겸직을 하며 수입을 챙겼다는 것이다. 하는 일에 비해 법무법인 자문료치고는 고액인 월 3000만원이란 보수를 받았다는 점도 국민 눈높이와 어긋나 있다. 일련의 해명 역시 군색했다.

군 법무관 출신 한 변호사는 “공군 출신 한 예비역 장성이 최근 법무법인과 계약한 당일, 바로 ADD 자문역을 그만뒀다고 했다”면서 “법무법인과 계약서도 없이 겸직을 일삼은 송 후보자의 처신과 해명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비슷한 일로 사퇴했던 김병관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28일 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 안보환경은 안정을 중시하는 관리형보다는 개혁을 밀고 나갈 역동적인 국방장관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개혁과 자주국방의 구현을 위해 송 후보자를 선택했다. 전관예우를 등에 업고 돈을 좇은 송 후보자가 청문회 검증 국면을 딛고 미완의 국방개혁에 닻을 올리기는 왠지 힘겨워 보인다. 더구나 군에서 도덕성에 흠집이 난 지휘관은 부하들을 통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국방장관직 수행은 더욱 염려스럽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