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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VS 비장애 공간 지우개 ] (2) ‘장애를 알아간다'는 것의 가치

입력 : 2017-06-27 10:00:00 수정 : 2017-06-26 20: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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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총인구는 2015년 기준(통계청 최근 인구동향 조사) 5106만9375명이고, 그 중 장애인은 249만406명이다. 총인구 중 장애인은 차지하는 비중은 5%인 셈이다. 우리는 왜 5%를 알아가려 노력해야 하는 것인가?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실행할 때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다 보면 언젠가는 방향을 잃을 수 있다.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무의식적으로 걸어갈 수도 있다. 우리가 장애인에 대해 처음 알아가며, 생각하고, 고민하려고 했던 이유에 대해 필자의 생각을 말하려 한다.

사진은 지난달 인천에서 발생한 초등학생을 살인한 범인에 관한 기사이다. 범인이 자폐성 장애인일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자폐성 장애인을 모르는 이들이 기사를 읽는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려스럽다. 자폐성 장애인은 자신만의 세계가 강해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거나 관계를 형성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지만, 자폐성 장애가 있는 것만으로 살인을 하지 않는다. 이 같은 논리는 ‘범죄자는 모두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다’와 같은 인과적 귀납추리의 오류의 하나이다. 
 

사진은 KBS 1TV ‘강연 100˚C’에 출연한 안면 장애인 김희아씨다. 강연을 시작할 때 청중에게 김씨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러분이 처음 제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셨죠? 그래서 저는 평소에 마스크를 쓰고다닙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제 모습을 보고 놀라고 잘 모르기 때문에 보내는 시선이 너무 아프기 때문입니다.” 겉모습이 다른 것 때문에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닌 그 모습을 보는 타인의 시선으로 인한 아픔을 토로했다.

우리가 장애를 알아가야 하는 이유는 장애인들의 삶을 위해서다. 이들의 삶에서 장애는 단지 어려움과 불편함일 뿐이다.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다. 보통의 남들과 같지 않은 모습으로 걷고, 듣고, 보고, 말하고, 보이고, 알려지는 것 때문에 상처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타인의 시선이 ‘장애’라는 어려움과 불편함보다 더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무관심으로 아예 알려고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장애인은 신체·정신적인 어려움을 스스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이에 반해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은 장애인이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가치 안에서 존엄한 존재이다. 아울러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를 가진다. 비장애인이 장애를 알아가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의 권리 즉, 인간다운 삶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에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보통과 다른 모습을 부정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은 인간다운 삶을 더욱 풍족하게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장애를 알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도, 힘든 게 아니다. 똑똑하거나 착한 사람만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장애를 알아갈 수 있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국가에서 제도를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필자처럼 날마다 장애인과 함께 지내며 복지사의 길을 걷는 일만 장애인에게 더 가치있는 삶을 제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장애인이 장애에 대해 알아가는 게 장애인에게는 그 무엇보다 필요하며 가치가 있는 일이다.

김태연 고양온시디움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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