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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길에 교통사고 구조하다 사망…법원 "업무상 재해 인정"

입력 : 2017-06-27 09:21:50 수정 : 2017-06-27 09: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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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행위 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 사회 정의에 부합"
출장에서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구조활동을 하다 차에 치여 사망한 근로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숨진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24일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상사와 함께 동료의 집을 방문해 해외 출장 업무를 협의했다.

그는 사무실로 돌아가던 중 교통사고를 목격하고서 사고 차 앞쪽에 자신의 차를 세웠다. 사고 차 안에 있던 탑승자들의 움직임이 없자 신고를 하고, 갓길에 서서 구조 차량을 기다렸다.

'2차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던 트레일러 차량이 멈춰 서 있던 사고 차를 뒤늦게 발견해 급제동하고 우측으로 피하려다 그만 A씨를 들이받았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은 자녀들은 부친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례비를 신청했다.

공단은 "A씨가 사고 구조를 위해 갓길에 서 있던 건 업무와 관련이 없고, 사업주의 지시에 따른 행위로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유족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벌어진 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건 출장 범위 내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사고를 목격하고 구조행위를 한 것도 출장지에서 사무실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운전자가 행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라며 "이를 자의적이거나 사적 행위라고 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A씨의 구조행위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판단도 내렸다.

재판부는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은 누구나 도로 사고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고, 그 경우 운전자는 사고를 그대로 지나치거나 자신의 차를 세우고 구조활동을 하는 행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사고를 지나친 사람을 비난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목격하고 구조를 한 사람을, 사고를 지나친 사람보다 더 두텁게 보호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정의에 부합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업주도 근로자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목격한다면 구조행위를 할 것을 지시 또는 용인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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