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5㎝,더 브리지먼 아트갤러리) |
머피의 책 ‘반 고흐의 귀’(오픈하우스)는 이 의문들에 답하기 위해 7년간 조사하고 연구한 결과를 담고 있다. 그는 진실을 찾기 위해 각국의 기록물보관소를 비롯해 푸줏간 주인, 우편집배원 등 당시 아를에 살았던 주민 1만5000여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각종 공문서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19세기 말의 손글씨까지 공부했다.
결정적인 자료는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도서관에서 나왔다. 반 고흐가 귀를 잘라낸 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상처를 처음 처치한 의사 펠릭스 레의 기록이었다.
그는 레의 기록을 토대로 반 고흐가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아를의 노란집 아래층 스튜디오에서 자화상을 그릴 때 사용한 거울 앞에서 면도기를 들고 귀를 잡은 다음 귀 전체를 절단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기록은 2016년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통해서도 공개됐다.
반 고흐가 귀를 줬다는 ‘라셸’이라는 여성의 실제 이름이 ‘가비’(가브리엘)라는 것도 알아냈다. 게다가 성매매여성이 아니라 광견병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밤에는 성매매 업소에서 허드렛일을 일하고 아침에는 상점 청소를 했다는 사실도 밝혀낸다.
그는 반 고흐가 가브리엘의 망가진 피부를 대체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 일부를 건네줬을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한다. 사실이라면 반 고흐의 극도의 공감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뛰어난 공감능력은 예술인의 첫 번째 조건이기도 하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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