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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국내 1명 희귀병 아들… 함께하는 매 순간이 소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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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6-30 19:16:07 수정 : 2017-06-30 22: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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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조로증 아들 이야기 담은 책 ‘내 새끼손가락…’ 낸 홍성원씨 “제 책을 다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원기가 곧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과 슬픔을 다 기록해 놓아서요. 원기는 지금도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예요.”

홍성원(40)씨는 최근 책 ‘내 새끼손가락 아들’을 냈다. 소아조로증을 앓는 아들 원기(11)와 가족이 함께한 시간을 담았다. 자신의 이야기가 힘들고 아픈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 됐으면 했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인 원기에게 책을 전부 열어보이지는 못했다.

소아조로증을 앓는 아들 원기를 둔 홍성원씨는 지난 11년을 책으로 엮으며 “삶의 수많은 변수와 맞닥뜨렸던 수많은 이들에게 이 글이 작은 위로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루아크 제공
소아조로증은 남보다 7배 빨리 노화되는 희귀병이다. 평균 수명이 13∼15세에 불과하다. 국내에는 단 한 명, 세계적으로도 확인된 환자가 100명 정도다. 아직까지 치료법은 없다. 백일 무렵부터 유독 살이 붉고 단단했던 원기는 병원을 전전하다가 2010년에야 소아조로증으로 진단받았다. 인터넷에서 미국 보스턴의 조로증재단을 찾아내 치료도 받았지만 성과는 없었다.

“돌 정도부터 발현되는 병이래요. 뇌와 신경은 늙지 않고, 프로제린이라는 독성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나와 혈관과 피부, 장기만 빨리 늙는 거예요. 절반 이상은 10살 이전에 세상을 떠나요. 20살을 넘긴 아이들은 1% 정도이죠.”

초등학교 5학년인 원기는 키 105㎝에 체중이 14㎏밖에 안 된다. 작은 체격 때문에 놀이기구도 못 탄다. 머리뼈도 아직 다 닫히지 않아 외부충격을 주의해야 한다.

“이 병을 가진 아이들은 머리카락이 많이 나지 않고, 손·발톱이 거의 없어요. 말초신경까지 영양분이 가지 못하는 거죠. 근력도 약하고 피부에 지방층도 거의 없고. 원기의 간절한 소망은 머리카락이 나는 거예요. 여름에도 절대 모자를 안 벗어요. 모자에 소금기가 낄 정도예요.”

홍씨는 “원기는 수영장 같은 데서 외계인이라고 놀림 받는 일이 다반사”라며 “그때마다 아빠가 늘 뒤에 있으니 네 모습에 당당하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가족의 사랑 때문일까. 성인도 참기 힘들 아픔을 안고 살지만 원기는 여느 아이 못지않게 순수하고 밝고 활기 차다. “요즘은 ‘가면라이더’라는 피규어에 꽂혔고, 아빠 책이 많이 팔려 좋아하는 장난감을 많이 사줬으면 하고 기도 중”이라고 한다.

홍성원 목사. 
사진=이제원 기자
“워낙 유쾌한 아이예요. 목소리가 커서 존재감도 커요. 스스로 몸이 약한 건 인식하고 있어요. 일찍 세상을 떠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자기가 오래 살 것 같다고 생각해요. 아빠가 자기를 위해 열심히 약을 찾고 있으니 오래 살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는 “주변 가족이 고통스럽지 원기 자체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싶다”며 “이게 신이 원기에게 준 행복한 삶이라면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처음 원기의 병명을 알았을 때 그는 하늘을 향해 “미친 거지, 당신!” 하고 따졌다. 목회 생활을 하며 희망을 놓지 않았던 만큼 배신감과 분노, 슬픔이 들끓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는 고통과 눈물, 희망과 웃음의 시간을 담담히 책으로 묶었다. “아픈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했다고 한다.

“저는 애가 살아 있는 게 감사해요. 아침에 눈 뜨고 밥 먹고 학교 갔다 와서, 크게 아프지 않은 채 잠드는 일상이요. 다른 부모들도 진정한 자식 사랑이 뭔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도 책을 쓴 이유 중 하나예요.”

그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문구로 책을 마무리한다. ‘한때는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아들과 함께하는 운명이 너무나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원망과 분노는 사라져 버렸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즐겁고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니까’라고 적었다. “웃을 일이 있으면 마음껏 웃고, 슬퍼할 일은 마음껏 슬퍼하며 시간의 흐름에 맡기고 자연스럽게 살면 될 것 같다”는 게 그의 깨달음이다.

그 역시 원기를 돌보며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는 요즘 소아조로증이나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는 데 집중하고 있다. 7월에는 미국 보스턴에서 알게 된 원기와 동갑내기 소아조로증 환자 미구엘을 콜롬비아에서 초청한다. 크라우드펀딩 업체인 ‘쉐어앤케어’의 도움으로 여행 경비를 댈 수 있었다. “친척 같고 가족 같아 보고 싶은 마음이 첫 번째, 각 나라에 한 명씩인 아이들이 문화교류를 했으면 하는 마음이 두 번째”였다고 한다. 아픈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도 구상 중이다. 더 나아가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먼 꿈도 그리고 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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