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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주칼럼] 주연과 조연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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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2 21:06:33 수정 : 2017-07-02 21: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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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본업이었던 인터넷 판매 / 웹서비스 체크하는 시험장 전락 / GE가 개발한 '프리딕스'의 성공 / 플랫폼 중요성 여실히 보여줘 속은 것 같았다. 인터넷 판매점인 아마존이 물건 판매로 벌어들이는 돈은 기업 전체 수익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지 않는가. 아마존이 인터넷에서 물건 팔아서 돈 버는 회사가 아니라니.

아마존 수익의 대부분은 아마존 웹서비스(AWS)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온다. 단지 데이터를 저장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아마존이 인터넷 판매를 위해 구축한 재고관리와 빅데이터 분석 도구부터 인공지능(AI) 비서 알렉사 서비스까지 고객 기업 시스템에 맞춤형으로 쓰게 해준다. 홈페이지 방문자를 분석해서 누구에게 어떤 카탈로그를 보낼지를 결정하고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까지 이런 도구로 해낼 수 있다. 그냥 서비스로 사서 쓸 수 있는데, 뭐하러 비싼 서버를 자체 구축하고 삼류의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하겠는가. 그러니 아마존의 본업이었던 인터넷 판매업은 이제는 진짜로 중요한 AWS라는 플랫폼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시험장 정도가 됐다. 주연과 조연이 바뀐 것이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120년 전통의 다국적 제조 기업인 GE는 원래 토머스 에디슨이 만든 전기회사가 모태였다. 그 가전 부분을 작년 중국 기업 하이얼에 팔았다. 인류에게 백열전구를 선물한 위대한 발명가의 흔적은 이제 중국에 가야 볼 수 있게 됐다. 주인공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아예 사라져 버린 것이다.

GE는 제조업을 넘어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과 플랫폼 전략을 선보였다. GE가 1000명 이상의 소프트웨어 인력을 신규 채용해서 개발한 프리딕스의 성공은 플랫폼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GE는 프리딕스를 산업인터넷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라고 부른다. 하드웨어에 센서를 달고 플랫폼 기반의 소프트웨어를 함께 판매한다. 자사 제트엔진 GE90에 프리딕스를 접목했는데, 엔진에 부착된 센서를 통해 얻은 빅데이터는 GE 소프트웨어 센터에 모여져서 분석된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예상하고 조기 대응하는 게 가능해졌고, 고객은 항공기 가동률이 높아져서 수천만 달러의 운항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다양한 상황에서 엔진의 문제를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해주는 빅데이터는 GE의 새로운 자산이 됐고, 이걸 분석해주는 프리딕스의 2015년 매출은 5조원 이상이었다.

작년 다보스 포럼 이후로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의 실체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럴 때마다 외국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라는, 또 다른 새마을운동이라는 비판이 빠지지 않는다.

프리딕스의 사례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통해 실물세계(제트엔진)와 가상세계(빅데이터 분석)가 결합해서 만들어내는 새로운 혁신의 파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국가별로 표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AI와 같은 가상세계의 혁신을 제조와 같은 실물세계에 결합하려는 흐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민간의 역할을 강조하는 미국에서는 산업인터넷으로, 스마트 팩토리와 플랫폼을 강조하는 독일에서는 인더스트리 4.0으로, 일본에서는 일본재흥전략에 이어 과학기술 이노베이션으로, 중국에서는 하드웨어 중심의 중국제조 2025와 이를 소프트 인프라와 연결하는 인터넷 플러스 정책으로.

우리 정부는 작년에 지능정보기술 육성전략을 발표했지만, 실행에서 큰 문제에 봉착해 있다. 데이터의 수집과 클라우드 활용을 강조했지만, 우리나라에만 있는 공공 영역의 클라우드 사용 제한 조치와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법규에 막혀 있다. 전체 인터넷 트래픽에서 클라우드가 차지하는 비율이 선진국의 경우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기막힌 현실을 해결할 방안도 없다. 무엇보다 AI와 제조 산업의 긴밀한 연계 방안이 불분명하다. 정부가 곧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발족시킨다고 한다. 표현 논쟁과 실체 논쟁에서 벗어나서, 가상과 실물의 결합을 위해 당장 필요한 일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아주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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