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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일자리 추경과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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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3 21:17:30 수정 : 2017-07-03 21: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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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가뭄 끝에 단비가 내렸다. 텃밭에 심은 상추와 고추, 쑥갓에 생기가 돈다. 짬을 내서 자주 물을 주기가 벅차 하늘만 쳐다보는 형편인데 딱 ‘가뭄에 단비’였다. 하루 이틀만 늦게 내리셨더라면 애써 키운 것들이 다 메말라 버렸으리라.

지난 주말 단비는 온 누리를 제때 적셨지만 유독 여의도에 드리운 정치적 가뭄은 해갈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천종 경제부 기자
치솟는 청년실업률을 잡겠다며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의사당 안팎에서 숱한 말이 오가지만 대체로 공허하다. 그들의 말은 여소야대가 낳은 정치공학의 산물일 뿐 진정성이 없다. 취업난에 애타는 청춘, 조속한 추경 통과를 바라는 중소·벤처기업의 목소리는 그다지 안중에 없어 보인다.

야 3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후보자로 규정한 이들의 임명 철회와 추경을 연계하는 듯하고, 여당은 두 사안은 별개라며 맞서는 모양새다. 이렇게 질질 끌며 지난달 7일 국회로 넘어 온 추경안은 한 달 가까이 국회 상임위원회 심의조차 시작도 못했다.

전례에 비춰보면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에는 추경이 8월 27일 국회에 회부돼 닷새 만에 상정됐다. 박근혜정부 첫해인 2013년에는 4월 18일 추경이 국회 회부돼 바로 다음날 상임위에 올라갔다.

추경안을 늑장 처리해도 될 만큼 우리 경제 사정이 여유롭지도 않다.

‘2017년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산업생산은 전달에 비해 0.3% 감소했다. 지난 4월 1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진 뒤 두 달 연속 감소세다. 서비스업생산은 0.3% 감소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 역시 전월 대비 0.9% 줄었다.

고용시장은 더욱 어렵다. 고용보조지표상 체감 청년실업률은 22.9%로 1년 새 0.9%포인트 늘었다. 이는 일반 청년실업률의 2.5배에 달한다. 그러다 보니 올해 3%대 경제성장률로 회복될 것이라던 낙관적 예측에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추경이 제대로 약발을 발휘해 성장률을 올리는 데 기여하려면 타이밍이 관건이다.

추경이 통과하더라도 실제 사업을 집행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차를 고려하면 국회 처리가 빠를수록 추경 효과는 극대화된다.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올해 일자리 추경을 편성하면서 성장률 0.2%포인트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애초 2%대 후반 성장률이 점쳐졌던 만큼 추경이 적기에 처리돼 약발을 제대로 받는다면 3년 만에 3%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회가 거수기가 아닌 바에야 야당이 문제 삼는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식’ 추경의 적절성을 꼼꼼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심사 착수는 절실하다. 심사 착수가 늦어지면 그만큼 마감 시간에 쫓겨 날림으로 처리할 가능성이 커져서다.

3일 국민의당이 ‘인사청문회-추경’ 분리 대응 방침을 정하면서 해법 마련에 물꼬가 트여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경제에 단비를 내려줄 수 있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점을 정치권이 잊지 않고 협치에 나서주기를 기대해본다.

이천종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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