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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내 반려견, 무지개다리 건널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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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05 21:44:10 수정 : 2017-07-05 2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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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견
죽어선 ‘생활폐기물’ 되는 현실
화장장 건설 ‘님비’ 탓에 어려움
지자체론 한계, 정부가 나서야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다.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과 생활한다. 최근에는 1인 가구와 노년층에서 ‘반려족’(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직장에 있어도 눈에 어른거린다” “외로움을 달래준다” “자식 키우는 것과 똑같다” …. 반려견은 이웃 간의 정도 맺게 하는 모양이다. 한 지인은 “한동네 살아도 이웃과 인사 한번 나누지 않았는데 엘리베이터나 산책길에서 강아지끼리 꼬리 치며 어울리는 걸 지켜보다 이웃과 친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반려견은 현대인의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 된 지 오래다.

만약, 이들에게 “반려견이 ‘무지개다리 건널 때’(죽음)를 생각해봤느냐”고 물어보면 어떨까. 대부분이 황당해한다. 얼마 전 이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지난 4월 부천 심곡동 전봇대 앞에 8개월 된 스피츠 강아지가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버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견주인 20대 여성이 강아지가 끙끙 앓고 죽어가는 것 같아 당황해 버렸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살아 있는 강아지를 유기한 탓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때 많은 이들이 “어떻게 가족이나 다름없는 강아지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릴 수 있느냐”며 공분했다. 이들이 더욱 놀란 것은 죽은 반려견을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현행법에선 죽은 반려동물 처리 방법은 쓰레기 처리와 똑같다. 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반려인들의 입장에선 기가 막힐 테지만. 개나 고양이를 죽이면 살견죄, 살묘죄로 처벌하는 게 아니라 재물손괴죄를 적용하는 것과 같다. 반려견을 키우면서도 이런 사실을 몰랐던 이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박태해 논설위원
반려견이 죽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장묘시설에서 화장을 하는 것이 선호된다. 문제는 동물 화장시설이 크게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24곳에 불과하다. 경기도의 경우 등록된 반려동물이 28만여 마리지만 화장장은 10곳에 불과하다. 사람 화장장과 마찬가지로 님비 현상 탓이다. 건설 예정지마다 주민들이 혐오시설이라며 건립을 반대한다. 지난해 창원시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동물 장묘시설 조성을 추진했다가 반대에 부딪혀 보류했다. 이렇다 보니 한 해 전국적으로 죽음을 맞는 반려동물은 약 15만마리지만 적법시설에서 화장되는 반려동물은 3만마리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국 12만마리는 매립되거나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진다고 하니 충격적이다.

반려동물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2020년에는 2000만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여기에다 최근 노령으로 죽는 반려견 수가 크게 늘고 있다. 한 동물병원장은 “2000년대 초반 반려견이 급증했다. 당시 반려견 붐이 일어서다. 그때 기르기 시작한 반려견들이 지금은 15살을 훌쩍 넘겨 죽음이 임박한 노령견이 됐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에선 정부나 지자체가 동물 장묘시설 건립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마침 서울시가 이 문제에 대해 시민 의견을 묻는 행사를 갖는 등 동물 화장장 건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반려동물이 가장 많은 도시인 만큼 반려동물 화장장 문제에도 공공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여서 고무적이다. 그런데 막상 화장장을 건립하려면 님비문제뿐 아니라 건축법, 국토 계획·이용법 등 관련법이 얽혀 있어 지자체 힘만으로 어렵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등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 주기를 지자체에선 바라고 있다.

약 한 세대 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우리는 해외언론으로부터 ‘개고기 먹는 나라’라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이번엔 ‘쓰레기봉투에 반려견을 버리는 나라’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서야 되겠나.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그들의 동물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반려견 ‘마루’, 반려묘 ‘찡찡이’를 키운다. 유기견 ‘토리’를 ‘퍼스트 독’으로 입양하기도 했다. 그래서 새 정부의 반려동물 보호·복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정부가 반려동물 화장장 건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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