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국민을 위한 의기(義氣) 높은 철학과 실천력을 가진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인사청문회에 나온 상당수 고위공직자는 물론 질의하는 국회의원들 자신은 또 얼마나 떳떳할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스스로 법을 어기기 일쑤다. 결산과 예산 심의 지연부터 부패 연루 등 실정법 위반 사례까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회남자’에 “법은 천하의 저울이고 말이며, 지도자가 몸소 따라야 할 먹줄이다(法天下之度量而人主之準繩也)”라고 말한 바를 되새길 때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정치권은 단말마적 쟁투에 매몰돼 있다. ‘협치(協治) 실종’이다. 불과 두 달 전 19대 대선을 치르면서 한국정치의 주요 화두는 협치였다. 이젠 망각의 단어다. 참으로 생명이 짧다. 멋쩍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정부이기에 최소한 조각(組閣)까지는 허니문 기간이 되리라는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인사배제 5원칙(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 논문표절)’을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들에게 빌미를 제공했고, 야당은 그 ‘빌미’를 부각시켜 존재감을 나타내는 국면이 전개된 것이다. 남는 건 무엇일까. 불 보듯 훤하다. 국민 삶만 피폐하게 할 뿐이다. 국내외 상황이 녹록지 않은 현실인데! 오랜 경기 불황과 미증유의 안보 불안이 중첩되는 요즘 대한민국은 국난(國難)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야 간 정쟁을 멈춰야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다. 쇳소리 나는 말부터 자제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딱딱하고 강함은 죽음의 무리이고(故堅强者死之徒) 부드럽고 연약한 것은 산 것이다(柔弱者生之徒)”라고 ‘노자’는 재삼 강조했다. 그렇다. 사체(死體)는 뻣뻣하다. 도량 넓은 지도자들이 그립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柔弱者生之徒 : ‘ 부드럽고 연약한 것은 산 것이다’라는 뜻.
柔 부드러울 유, 弱 약할 약, 者 놈 자, 生 날 생, 之 갈지, 徒 무리 도
柔 부드러울 유, 弱 약할 약, 者 놈 자, 生 날 생, 之 갈지, 徒 무리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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