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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지방분권의 선결조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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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2 23:26:54 수정 : 2017-07-12 23: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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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곳 자치 아닌 ‘대행’… 세입·세출구조 손봐야 ‘○○○ 의원 특별교부세 확보 결실’, ‘○○○ 시장 국고보조금 획득’…. 중앙정부에서 예산을 따냈다고 홍보하는 플래카드다. 지방도시로 갈수록 더 많이 걸린다. 지방자치단체는 연말연시에 관계자들을 초청해 감사패를 전달하며 격려하는 자축행사를 연다. 국회의원들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 계수조정 과정에서 지역구 사업비를 반영해 달라는 민원을 쪽지에 적어 건네 예산을 따낸다. 이른바 ‘쪽지예산’이다.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나 자신이 속한 상임위원회 관계 중앙부처를 찾아가 허리를 굽히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지역 발전과 다음 선거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지자체장들도 중앙부처와 지역구 의원실에 문턱이 닳도록 다니며 읍소한다. 텅 빈 곳간을 채우려고 국고 따내기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자체 예산으로 살림을 꾸릴 수 없는 지자체의 슬픈 자화상이다.

올해 애초 예산기준으로 243개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3.7%다. 기초지자체의 경우 시 39.2%, 군 18.8%, 자치구 30.8%로 재정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재정 부족액이 없어 중앙정부로부터 보통교부금을 받지 않는 지자체는 서울시와 경기도 내 6개 시뿐이다. 나머지 236곳은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아니라 ‘국가 대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주재원(지방세+세외수입)이 빈약하다 보니 중앙정부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일수록 중앙 의존도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에서 자주재정권이 중요한 이유다.

박찬준 사회2부장
먼저 세입·세출구조를 손봐야 한다. 현재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8대 2다. 본격적인 민선 지방자치제가 시작된 지 22년이나 됐는데도 ‘2할 자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정부는 부족한 지방재정을 메꿔주려고 교부세나 국고보조금 등을 내려보낸다. 그 결과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지출 비율은 4대 6이다. 이런 세입과 세출 간 괴리는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 지자체장이나 의원, 유권자들은 국비나 보조금을 ‘눈먼돈’으로 여긴다. 재정지출을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으로 보전하다 보니 예산이 불요불급한 곳에 쓰이기 일쑤다. 지방세 비율을 높이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 3을 거쳐 6대 4 수준까지 개선하겠다”고 밝힌 것은 적절한 처방전 같다. 지방세로 전환할 국세를 선정하는 문제는 심도 있는 논의와 연구를 거쳐야 한다. 문 대통령이 꼽은 환경개선부담금과 주세 외에도 양도소득세 중 부동산 관련 분야, 화력발전용 석탄(유연탄)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경마장·경륜장·골프장·카지노 등 입장행위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담배분 개별소비세 등이 거론된다.

지난해 지자체 복지지출에서 보조사업 비중이 무려 91.1%에 달했다. 지자체 자율적으로 추진한 복지사업이 고작 8.9%였다는 뜻이다. 지방비 분담을 의무화한 국고보조사업을 줄이지 않으면 재정분권은 요원하다. 생계급여·의료급여·기초연금·보육료는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국민생활 최저선)이다. 이를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는 점에서 이들 4대 기초복지사업부터 100% 국비로 충당해야 한다. 지자체가 신세원을 발굴해 과세할 수 있도록 과세자 주권도 넓혀야 한다. 대신 재정파탄 초래 시 지자체 파산제 도입 등 강력한 제재수단을 마련하자. 중앙정부가 도울 것으로 믿고 지자체들이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나 대형사업 추진 등 예산제약(budget constraint) 연성화에 빠지면 재정위기는 소리 없이 다가온다.

박찬준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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