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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ports] ‘임신과 출산은 은퇴로 가는 코스’ 이제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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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4 09:39:26 수정 : 2017-07-14 09: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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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임신부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말고 몸을 조심해야 한다고들 했다. 반면 요즘은 임신부도 적절한 운동을 해야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이 일반상식이다. 한 술 더 떠 임신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수준의 운동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 육상선수 알리시아 몬타노(31·사진)다. 2010년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800m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지난달 23일 임신 5개월의 몸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미국육상경기연맹(USATF) 아웃도어 챔피언십 800m 경기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낮 최고 기온이 43.3도에 달할 만큼 무더웠지만 몬타노는 2분21초4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자신의 최고 기록 1분57초34와 차이가 컸어도 그는 만족했다.

사실 몬타노가 임신한 뒤 경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이 대회 때는 만삭에 가까운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출전을 강행해 2분32초13의 기록으로 최하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몬타노는 왜 임신한 상태에서도 달리기를 멈추지 못할까. 그는 “달리기는 나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임신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몸소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몬타노는 임신 5개월의 몸으로 액션 장면이 넘쳐나는 영화 ‘원더우먼’의 절반을 촬영한 이스라엘 출신 여배우 갤 가돗에게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임신은 여성의 경력을 단절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엘리트 체육선수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심하게는 여성 스포츠 선수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은퇴로 가는 코스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최근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 중에는 임신 중에도 맹활약을 펼치고 출산 후까지 그 경력을 이어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자신의 임신 소식을 깜짝 공개해 화제가 됐던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는 3개월 전인 1월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우승 당시 임신 8주였던 것으로 추정돼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올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로라 케니(영국)는 임신 5~6주쯤 국내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탁구 선수 올루푼케 오쇼나이케(나이지리아)가 임신 7개월임에도 출전하기도 했다. 지난 4일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는 맨디 미넬라(룩셈부르크)가 임신 4개월이 넘어서 경기에 나섰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신 5주만 돼도 여성들은 태아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느라 호흡하는 게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잘 관리된 훈련과 영양지도를 받는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의 재니스 라이머 로열 칼리지 교수는 “임신 초기 몇 주 동안은 스테로이드의 자연 분비가 약간 늘어 성적과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국 선수 가운데서도 골프 양수진(26)이 지난 6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GA) 투어 한국여자오픈에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나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 지금은 코치로 활약 중인 여자농구 스타 전주원도 2003년 아시아선수권에 출전 직전까지 임신 사실을 몰랐다가 대회가 시작된 뒤 임신한 것을 알게 됐음에도 출전해 무사히 대회를 마쳐 화제가 된 바 있다. 임신과 출산이 반드시 단절의 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들은 몸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송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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