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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국정원·검찰 개혁, 제도보다 인적 쇄신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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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3 18:37:09 수정 : 2017-07-13 22: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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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 축소·감시 강화로는 한계… 매번 실패한 검찰개혁이 사례 / 본지 보도 ‘SNS 장악 보고서’ 등 드러난 적폐는 ‘빙산의 일각’ / 타성 젖은 검사·국정원 요원 / 국가에 봉사할 인물로 채워야
습관은 무서운 법이다. 뼈와 살에 박혀 인간의 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청사가 들어서 있는 서울 서초동엔 유령 같은 말이 떠돈다고 한다. “우리를 필요로 할 때가 오든지, 우리가 멱살을 잡을 날이 오든지….” 여기서 생략된 단어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기가 차는 얘기다.

그래서 습관이 무섭다. 거대한 청사나 허름한 대폿집에서 이런 말을 속삭이는 검사들이 치밀하게 계산했거나 적의를 품고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몇 달, 혹은 몇 년만 인내하면 검찰을 향한 비난은 사그라들고, 언젠가는 청와대도 ‘잘 드는 칼’이 필요한 때가 올 것이란 습관의 속삭임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현 정권을 향한 ‘특별수사’를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매번 실패로 돌아간 과거 검찰 개혁의 경험에 비춰보면 틀렸다고 얘기하기가 어렵다.

국가정보원에도 이런 기류가 있는 것 같다. 국정원에 따르면 내부 설문조사에서 직원 81%는 “적폐청산 TF를 가동해야 한다”고 밝혔고, 78%는 “조사에 협력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바꿔 말하면 국정원 직원 20%는 옛일을 다시 들추는 것에 동의하지 않고, 조사에 협력할 마음도 없다는 것이다. 국정원 정규직이 5000명 이상이라고 하니 적어도 1000명이 그런 셈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장악’ 보고서 등 세계일보 보도로 이명박정부 시절 국정원과 검찰이 저지른 적폐의 일부가 드러났다. 일부라고 표현하기도 민망한 ‘빙산의 일각’이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문서는 13건이고, 나머지 702건은 검찰청에 있다. 이 또한 국정원·경찰이 2011년 하반기에 보고했던 문서일 뿐이고, 사심에 눈먼 정무수석실 4급 행정관이 ‘골라서’ 반출한 분량일 뿐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얼마나 많은 문서가 청와대로 보고됐을지는 가늠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문건은 파기된 만큼 검찰청 어딘가에 보관돼 있을 702건은 그 시절 자행된 민주주의 유린 실태를 증언할 역사적 기록이다.

 
박현준 사회부 기자
검찰 또한 그런 정권의 일탈을 5년 전 목격했지만 수사하지 않았다. 국내정보라는 팔 한쪽을 잘라내기로 결단한 국정원과 달리 검찰은 직무유기를 고발한 언론 보도에 침묵으로 일관한다. 그것이 최선임을 학습한 탓일 게다.

습관은 바꾸기 어렵다. 제도만 바꾼 개혁이 성공할 수 없는 이유다. 권한을 줄이고 감시를 강화해도 사람을 바꾸지는 못한다. 우리는 늘 가던 곳에 가고, 만나던 사람을 만나고, 하던 일을 한다. 이전에 하던 대로 하지 않으면 상사의 불호령을 맞는 것도 공무원 조직의 습성이다. 100명의 엘리트 검사, 1000명의 국정원 요원은 타성이 박힌 이들이다. 법과 제도로 권한을 줄여도 이들은 언젠가 옛 습성을 드러낼 것이다. ‘구 귀족’ 검사, ‘구 정보’ 요원들은 자기네끼리 요직을 주고받으며 승승장구했다. 문고리와 비선에 줄을 대고 정보를 넘겨준 대가였다. 거기에 국가는 없었다.

2000명의 검사, 4000명의 요원 중에서 ‘신 검사’와 ‘신 요원’을 찾아야 한다. 검사는 정의를, 요원은 국익을 위해 봉사하는 습관이 뼈와 살에 박히도록 해야 한다. 습관은 그렇게 무섭다.

박현준 사회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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