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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심리 저지선 붕괴된 아베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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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4 23:19:44 수정 : 2017-07-14 23: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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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도의원 선거 참패로 치명상 / 내각 지지율 29.9%까지 떨어져 / 국면 전환용 마땅한 카드도 없어 / 8월 초 단행 개각 내용 초미관심
주가 등 여러 지표에서 심리적으로 느끼는 한계치를 ‘심리적 저지선’이라고 한다.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내각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지지율 급락으로 붕괴 위기를 맞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심리적 저지선은 ‘30%’였던 모양이다.

14일 지지통신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29.9%까지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아베 총리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처음으로 이 저지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서둘러 반전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정권의 몰락도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지난 2일 치러진 도쿄도의원 선거 참패로 아베 총리가 구심력을 잃자 야당뿐 아니라 자민당 내에서도 그의 개헌 구상 등 주요 정책에 대해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베 1강’ 시절에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이대로 가면 자민당 내부에서 아베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하지만 국면을 전환할 마땅한 카드는 없어 보인다. 그동안 재미를 봤던 ‘북풍’은 약발이 떨어졌다. 올해 초 아베 총리는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이 하락할 때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 이를 만회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역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북한 미사일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전체를 사정권에 넣은 지 이미 오래전인데 이제 와서 호들갑을 떨어봐야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지지율 회복을 노리는 ‘꼼수’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베 정권이 자신 있게 내세웠던 외교 쪽도 당장 성과를 바라기 어려워 보인다. 철석같이 믿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 간 무역 불균형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역시 좀처럼 진척이 없다.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여의치 않다.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협상 문제도 쉽게 풀릴 사안이 아니다.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아베노믹스도 심상치 않다. 일본 정부는 경기 회복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국가 세수는 7년 만에 감소했다. 법인세가 2년 연속 줄었고, 소득세와 소비세도 감소했다. 아베노믹스는 과감한 금융완화와 재정지출로 경제성장을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다. 성장이 세수 증가를 부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대책을 내놓아 또 성장으로 이어지면서 재정도 개선되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다르다. 세수가 줄면 가뜩이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2020년 기초재정수지 흑자화 목표도 더 멀어진다.

아베 정권은 어떻게든 경제분야에서 지지율을 회복할 계기를 마련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연대협정(EPA) 협상을 큰 틀에서 합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꿩 대신 닭’에 불과하다. 애초 일본 정부는 미국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새로운 성장 동력의 기둥으로 삼으려 했지만 미국의 이탈로 좌초 위기에 처하자 EPA 쪽으로 눈을 돌린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일본은 미국을 뺀 11개국만의 TPP 발효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데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농업계 반발이 거세질 경우 오히려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베 정권은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아베노믹스’라는 탄탄한 지반 위에 ‘높은 지지율’과 ‘선거 불패’라는 튼튼한 두 기둥을 세우면서 ‘1강’ 체제를 구축했다. 하지만 현재 두 기둥은 무너지기 직전이다. 지반마저 불안정해지면서 총체적 난국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달 초 단행할 개각이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정권의 주요 인사들을 남겨둘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럴 경우 ‘쇄신을 하고 새출발하겠다’는 약속을 일본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과 하나가 썩으면 상자에서 재빨리 꺼내야 한다. 별것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그대로 뒀다가는 다른 과일도 썩어버린다. 이미 국민 지지를 잃은 인사들에 대한 그의 선택이 사뭇 궁금하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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