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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애독서] 中印전쟁 확전 막은 미국 외교관의 치열했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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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7 21:18:26 수정 : 2017-07-17 21: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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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일지 /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지음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불확실성의 시대’, ‘풍요한 사회’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미국의 경제학자다. 누구나 일생에 애독서 여러 권이 있겠지만, 내 경우 주인도 대사(2015년 10월∼2017년 5월)로 근무하던 때에는 갤브레이스가 쓴 ‘대사일지(Ambassador’s Jour-nal)’가 단연 최고의 애독서였다.

갤브레이스는 1960년대 케네디 행정부의 주인도 미국대사로 재직했는데, 당시의 경험과 소회에 대한 방대한 기록을 ‘대사 일지’라는 제목의 회고록으로 남겼다.

1950년대 말 갤브레이스는 아내와 함께 인도를 여행하면서 인도 사회의 저개발과 빈곤 문제를 직접 보고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케네디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던 갤브레이스는 다른 고위직 제안을 고사하고 주인도 대사가 됐다고 한다.

갤브레이스는 대사 부임 후에 네루 인도 총리를 거의 매주 만나 당시 국가재건 작업에 한창이던 인도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조언을 했다. 또한 베트남전 등 미국의 주요 외교현안에 대해 케네디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으며, 이러한 서한들이 대사일지에 수록돼 있다.

조현 외교부 제2차관
특히 1962년 중국과 인도 간 국경분쟁 발생 당시 케네디 정부가 올바른 전략적 판단을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에 골몰해 있었기 때문에 중·인전쟁에 관해서는 사실상 갤브레이스 대사가 현지에서 미국의 정책을 만들고 시행했다. 무엇보다도 파키스탄이 중·인전쟁 시에 인도를 침공하지 않도록 미국 정부가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도록 했으며, 중국이 확전하지 않고 점령지에서 철수할 것을 예견해 미국 항공모함의 인도양 배치에 반대함으로써 중·인전쟁이 미·중 간의 불필요한 대결로 확대하는 것을 막았다.

필자는 뉴델리에서 미국 대사와도 종종 이 책을 화제 삼아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갤브레이스가 인도에 근무하던 당시에는 일국의 대사가 광범위한 재량을 갖고 큰 역할을 했는데, 요즘은 통신기술이 발달해서 본부로부터 세세한 지시를 받을 뿐 아니라 총리를 만나 정책에 관한 충고를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푸념하면서, 21세기 ‘초라한’ 대사 모습에 자조하곤 했다.

그러나 갤브레이스가 델리에서 근무하면서 남긴 인도와 지역 정세,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거시적인 혜안, 전략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 외교활동 기록은 지금도 치열한 외교현장에서 국익을 추구하는 외교관들에게 여전히 의미 있는 교훈이다. 2년 가까이 인도대사로 근무했던 내게도 갤브레이스의 회고록은 인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호기심, 고민과 열정의 바탕이 됐다. 20세기 외교관이었던 갤브레이스 삶에서 21세기 외교관이 가져야 할 자세를 발견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조현 외교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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