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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갤러리] 사슴 가죽위에 그린 사슴농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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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8 21:56:44 수정 : 2017-07-18 21: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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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완
‘그가 말하니 모두들 잠잠해졌다’
예전에 이발소에 걸려 있던 그림 같다. 산과 호수. 평화로운 전원풍경이 그렇다. 목장풍경도 그렇고 이른바 이발소그림같이 키치적이다. 게다가 사슴농장 풍경을 사슴 가죽 위에 그렸다. 많은 생각들이 오버랩된다.

작가는 아이가 생기면서 마트에 가면 유기농 코너에 서성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만 커진다. 유기농 브랜드에 그려진 목가적 풍경에 잠시나마 위안을 해 볼 뿐이다.


(110×155cm, 8월27일까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인류역사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은 불안감을 해소해 보려고 행운을 기원하고 유토피아를 꿈꿔왔다. 르네상스시대까지 인류는 자신들이 상상하는 천국을 그리며 죽음 후에 약속된 낙원을 시각예술로 전파했다. 근대사회로 들어오면서는 스스로 이룩한 산업화를 통해 유토피아에 다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종교와 이념 갈등은 그 가능성을 희석시켜 버렸다.

구원을 향한 인간의 간절한 바람, 맹목적이며 광기어린 믿음, 그렇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는 현실적 불안감에 괴리감까지 느끼게 된다. 유기농 코너를 서성이는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더 이상 유토피아는 희망적인 아름다움만으로 가득 찬 낙원이 아닌 인간들의 부질없는 욕망이 탄생시킨 허망한 상상의 파편들은 아닐까 질문을 하게 만든다.

작가는 이제 더 이상 기존의 가치관이나 이념, 사회적 통념의 ‘발언’에 최면이 걸리거나 잠잠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말해주고 싶은 모양이다. 유기농에 대한 맹신도 불안과 실망 사이를 오갈 뿐이다. 어쩌면 불안, 환상, 구원은 인간 감정의 굴레가 아닐까.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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