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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문화재] 의친왕의 벗 정태균의 ‘동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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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9 21:18:33 수정 : 2017-07-19 21: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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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에는 조선 중기 문신이었던 동계 정온(桐溪 鄭蘊·1569~1641)의 고택이 자리한다. 고택은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 제205호로, 그의 복식 유물은 1987년 국가민속문화재 제218호 ‘정온 선생 제복 일습’으로 지정되었다. 2004년에는 후손들의 생활유물을 추가하여 ‘정온 가의 유품’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유품 중에는 정온의 12대손 정태균(鄭泰均·1884~1964)이 입었다고 전하는 붉은 소매가 달린 두 벌의 동다리(사진)가 있다. 동다리는 소매를 뜻하는 우리말 ‘동’이 길(몸판)과 색깔이 ‘다르다’ 하여 붙여졌다. 동다리의 가장 큰 특징인 붉은 소매에 대해 ‘임하필기(林下筆記)’에는 전쟁터의 붉은 피를 보고 말이 놀라지 않도록 옷에 붉은 소매를 달아 붉은 색에 익숙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상당히 일리가 있는데 사실 말은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색맹, 정확히 이색형 색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참 재미있다.

정태균의 동다리는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향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상을 둥근 원안에 표현한 원용문(圓龍紋)의 별문갑사(別紋甲紗)로 만들었다. 고종의 구장복, 이구 왕자의 복건, 왕실 겹보자기, 흥완군 일가 전복 등 왕실 복식과 관련된 유물에서나 볼 수 있는 원용문의 별문갑사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용 무늬 사용에 대한 규제가 약했다고 하더라도 흔한 직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온 고택 그리고 정태균과 연관된 인물이 있으니, 바로 고종의 다섯째 아들 의친왕 이강(義親王 李堈·1877~1955)이다. 정온 고택에는 의친왕의 친필 ‘모와(某窩)’라는 현판과 고택에서 15㎞ 떨어진 ‘사선대(思璿臺)’ 등 그의 흔적들이 남아 있다. 1909년 의친왕이 항일 의병활동 모의를 위해, 구한말 승지이자 절친한 벗 정태균의 사랑채에서 40일 정도 머물렀다. 정태균과 의친왕의 인연 때문일까. 정태균의 동다리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안보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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