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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줄탁동기(啐啄同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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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9 21:18:23 수정 : 2017-07-19 21: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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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사 합심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지혜를 모으고 힘을 합쳐야 창조적 에너지가 나오는 법이다. ‘도둑질을 해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말에 비유할 수 있겠다. ‘외손뼉이 못 울고 한 다리로 가지 못한다’는 속담도 한 가지다. 두 손뼉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외손뼉만으로는(孤掌) 소리를 내기 어렵다(難鳴). ‘외가닥 실은 선을 이루지 못한다(單絲不成線)’도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로도 대치할 수 있다.

‘합심, 곧 화합(和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인간사 성패(成敗)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맹자가 “하늘의 때는 땅의 이로움만 못하고 땅의 이로움은 사람의 화합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고 말한 바는 단합의 소중함을 단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전국시대 맹자가 나중에 제자가 된 제나라 사람 공손추와 나눈 이 대화의 요지는 ‘군자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천하를 얻는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17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중앙과 지방이 힘을 모아 성장률을 높이는 방안 중 하나로 ‘지방분권’에 초점을 맞춘 개헌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중앙과 지방이 합심하는 상징적 언어로 줄탁동기(啐啄同機)를 강조했다. 원래 중국의 민간에서 쓰던 말인데, 임제종(臨濟宗)의 공안집(公案集:화두집)이자 선종(禪宗)의 대표적인 불서(佛書)인 송(宋)나라 때의 ‘벽암록(碧巖錄)’에 공안으로 등장하면서 불가(佛家)의 중요한 공안이 됐다.

‘줄’은 바로 병아리가 부화하기 위해 알껍질을 쪼는 것을 뜻한다. 어미닭은 품고 있는 알 속의 병아리가 부리로 쪼는 소리를 듣고 밖에서 알을 쪼아 새끼가 알을 깨는 행위를 도와주는데, ‘탁’은 어미닭이 알을 쪼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만사 합심 협력해야 성취할 수 있다. 우리도 국난의 시기에 하나돼야 한다. 이분법적 흑백 논리를 떨쳐내고 통합해야 하는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이념과 진영 논리가 있을 수 없다. 중앙과 지방, 안과 밖에서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참여와 공감을 이끄는 지혜이자 리더십이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啐啄同機 :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선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의미로 합심을 뜻함.

빠는 소리 줄, 쫄 탁, 한가지 동, 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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