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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그인] 정보의 홍수 속 결정장애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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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0 21:22:32 수정 : 2017-07-20 21: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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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지난 이사 때 이사업체의 안이한 뒤처리로 골머리를 앓았던지라 이번만큼은 철저한 준비로 스트레스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결심한 터다. 하지만 이사업체를 알아보는 일부터 만만치 않다.

인터넷에는 ‘추천’을 빙자한 광고글이 넘쳐났다. 실제 이사업체를 이용했다는 각종 후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수많은 업체 가운데 가격과 서비스를 만족시키는 한 업체를 꼽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정보의 바다라 불리는 인터넷은 편리함을 주는 인류의 축복이지만, 지금 나에게 이는 혼란을 부추기는 애물단지일 뿐이다. 그렇다고 인터넷 검색과정을 빠트리는 것은 어쩌면 이사 후의 ‘후회’와 ‘자책’으로 돌아올 것 같아 영 개운치 않다.

이사업체를 알아본 지 일주일이 흘렀지만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복잡한 셈에 빠져 있는 모습은 비단 이사 같은 행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몇년은 족히 쓰는 전자제품부터 한 철 입고 버릴 의류를 선택할 때도 ‘결정 장애’의 늪에 빠졌던 경험은 한두 번씩 있었으리라.

정보의 홍수 속에서 결정 장애는 만인에 잠재한 공통질환이 된 듯하다. 적정한 비용으로 만족을 주는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세태는 ‘질보다 가격’이라는 선택의 짐을 덜어준 듯 보이지만, 가격만을 선택의 우위에 둔 개념은 아닌 까닭에 결정 장애를 해소하지 못한다.

비용에 대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누렸을 때 밀려오는 후회를 막기 위해 부지런히 ‘검색질’에 몰두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순간부터 후회가 시작된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검색에 소요한 시간과 정신적으로 겪는 결정 장애 스트레스를 떠올렸을 때 이미 실패한 출발일 수 있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위해 고민할 시간에 차라리 휴식을 취하는 편이 더 생산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두고 무심해지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큰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고, 선택의 폭이 좁았던 아날로그가 그립다. 혹여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길게 남지 않는 단순함이 말이다.

정은나리 디지털미디어국 소셜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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