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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의세계,세계인] 미니스커트와 자전거 그리고 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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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4 21:33:36 수정 : 2017-07-24 21: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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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스커트·민소매 상의 입은 여성 체포
중동 상황 종교적 틀로만 재단은 잘못
최근 한 여성이 촬영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미니스커트와 민소매 상의를 입고, 머리카락을 드러낸 채 골목과 사막을 활보한 장면이었다. 보수성향이 강한 사우디 중북부 우샤이키르 유적지였다. 동영상이 확산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자 경찰은 이 여성을 체포했다. ‘외설적인’ 복장을 했다는 것이 체포의 이유였다. 국내에서 찬반양론이 거세지고 세계 언론이 집중적 관심을 표하자 사우디 당국은 그를 곧바로 석방했다.

석방의 이유는 ‘복장 위반’을 했지만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성은 남성 친척과 함께 유적지를 방문해 산책했다. 사우디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여성이 외출 시 반드시 ‘남성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 그리고 동영상을 공유한 적이 없다는 여성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여성 해방’ 등 특정한 사회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바야’라는 검은색 겉옷으로 머리부터 발까지 신체를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되거나 벌금을 내는 사례는 그동안 많았다. 세계 언론의 관심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사우디, 이란 등 일부 보수적 이슬람국가에서는 여성의 복장과 사회생활에 대한 제약이 많다. 실제로 이슬람 경전 쿠란에는 “아내와 딸, 여성 신자들에게 긴 천으로 자신들을 가리라고 하라”는 구절이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여성의 복장 및 사회참여 제한이 이슬람종교 전통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러나 이슬람종교는 약 1500년 전인 7세기 초 등장했다. 이보다 더 오랜 중동의 전통은 유목사회의 남성중심 가부장주의다. 이슬람종교는 수천년 동안 중동의 지배적 가치였던 유목문화에 바탕을 둔다.

사막을 이동하는 유목민은 ‘생명줄’인 우물과 오아시스를 지켜내야 생존할 수 있었다. 모든 남성은 무장을 하고 적의 침입으로부터 물을 사수해야 했다. 남성이 부족의 생존을 책임지는 사회였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주의가 생겨난 이유다. 이슬람시대 이전에는 여성이 거래의 대상이기도 했다. 여성의 수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새로 태어난 여아를 생매장하는 악습도 있었다. 이처럼 강력한 남성중심의 보수주의가 아직도 중동의 일부 국가 혹은 사회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중동의 남성중심 보수주의는 나라마다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서방과의 접촉 정도, 정치문화, 그리고 사회경제적 상황이 국가마다 상이하기 때문이다. 57개 이슬람국가 중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지 않는 유일한 국가가 사우디아라비아다. 모든 이슬람국가의 상황이 아니다. 사우디 내에서도 최근 여성 운전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가장 보수적인 사우디도 점차 바뀌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4년 전 여성의 자전거 타기를 허용했다. 여성 자전거 동호회도 생겼다. 금기시되던 전통이 점차 개방되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상황과 요구에 따라 이 보수적 전통도 계속 변모할 것이다. 중동의 상황을 이슬람종교의 ‘고정된’ 틀로만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이슬람공포증’도 바로 중동을 종교적으로만 이해하려는 시도에 기인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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