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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엄마들의 소외·불평등, 직접 목소리 내 고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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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5 21:30:52 수정 : 2017-07-25 23: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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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 엄마들’ 만든 장하나 前 의원 / 임기 중 출산한 유일한 국회의원 / 일·가정 양립 지원 부족함 느껴 / 엄마들에만 떠넘겨진 ‘독박육아’ / 끝내기 위한 첫걸음은 ‘칼퇴근법’ / 부당해고 여성들 대신 집단소송 / 출산·육아휴직 양극화도 해소를 ‘바보야. 문제는 칼퇴근이야.’

지난 6월21일 엄마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어떤 엄마는 아기 띠를 둘렀고, 어떤 엄마는 피켓을 든 다른 손에 아이 손을 잡았다. 아빠 한둘도 아이를 안고 어정쩡하게 섰다. 그보다 열흘 앞서 창립한 ‘정치하는 엄마들’의 첫 공식 데뷔 무대다. 엄마들은 아기 띠 안에서 ‘칼퇴근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문을 꺼내 읽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를 지낸 장하나(40) 전 의원이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부터 시작됐다.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인 장하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한 커피숍에서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등육아’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한 커피숍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 전 의원을 만났다. 장 전 의원은 “청년 정치에서도, 여성 정치에서도 엄마를 다루지 않는다. 노동운동에서도 엄마라는 존재는 그림자였다”며 “엄마들을 위한 단체가 있었으면 거기 들어갔을 텐데, 그런 단체가 없어서 정치하는 엄마들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장 전 의원은 임기 중 출산한 유일한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청년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으니, 4년이 지나는 동안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장 전 의원 역시 임신과 출산 사실을 직장인 국회에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장 전 의원은 “후회되는 것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국회에 여성 국회의원이 출산했을 경우 휴가제도가 없었다. 나중에 아이를 낳고서야, 그것도 망설이다가 국회 사무총장을 찾아 건의했다”며 “제 개인의 일이 아닌데 제 생각이 틀렸었다”고 했다. 그는 “법과 제도를 만들고 고치는 국회에서부터 육아휴직, 출산휴가 같은 제도가 잘 지켜져야 하는데 정작 국회의원들이 나이가 많고, 남성들이 대다수니 그런 데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는데, 그 이유는 ‘애들’ 때문이다. 엄마들이 정치를 하려고 하면 엄마들만 고스란히 뒤집어쓰는 ‘독박육아’를 끝내야 한다. 엄마들이 첫 기자회견에서 ‘칼퇴근법’을 꺼내든 이유다.

장 전 의원 역시 올해 세 살 딸 두리를 둔 엄마다. 장 전 의원이 국회의원 임기 때는 남편이 직장을 그만두고 독박육아를 했다고 한다. 장 전 의원은 “남편이 독박육아를 하면서 경력단절이 된 상황”이라며 웃었다. 그는 “남편이 영유아기 육아를 하다 보니 ‘모성애’라는 것이 아빠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대한민국 엄마들에게 모성애가 강요된 측면이 있다면 대한민국 아빠들한테는 거세된 부성애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장 전 의원과 남편이 각자의 직장에서 일주일 중 주 3일씩을 교대로 일하며 ‘평등육아’를 실천하고 있다. 장 전 의원은 “제도화가 돼 있지 않은 유연근무제를 저희 부부가 우격다짐으로 하다 보니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고도 말했다. 장 전 의원은 “평등육아에 대한 논의가 단순히 ‘육아를 누가 더 하느냐’가 아니라 가족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는 해법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 전 의원은 “지금 당장 아빠들에게 ‘집에 가서 평등육아 하라’고 할 수는 없는 현실이지만 제도적으로 보장이 된다면 70∼80%의 아빠는 육아를 선택할 것이라고 본다”며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장 전 의원은 내년까지 임신이나 출산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된 여성들을 대신해 집단소송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는 “과속, 음주 운전을 하면 과태료를 물리는데 이 상황은 불법이다 말만 할 뿐이지 법 집행기관들이 방치해 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전 의원은 이어 “공무원은 민간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사용률이 두 배 이상 높다”며 “교사 공무원의 경우 75%가 육아휴직을 쓰고, 민간에서는 35%가, 민간에서도 비정규직은 1.9%만이 육아휴직을 쓰는 상황이다. 양극화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엄마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으니까, 정치하는 엄마들이 목소리를 낼 테니 한번 바꿔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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