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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군사력서 ‘넘버2’ 굳힌 中 / 강자의 포용·아량 찾을 수 없어 / 그럼에도 바른소리 하기 힘든 게 / 우리나라가 처한 엄연한 현실 강대국(great power)이란 정치·군사·경제적으로 다른 나라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를 말한다. 이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건 1815년쯤으로 전해진다. 당시 강대국은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프러시아(독일), 러시아를 가리켰다. 국제정치에서 초기 강대국은 영국을 중심으로 세력 균형을 이룬 유럽 국가들이었다. 이런 균형은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까지 100년 동안 이어졌다. 2차 대전 후에는 막강한 핵전력을 가진 미국과 소련이 초강대국(super power)으로 부상했다. 1980년대엔 경제력을 앞세운 일본과 독일이 강대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미·소 양극체제가 완화된다. 1990년대 초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초강대국 자리에서 물러났고, 2000년대에는 미국과 중국이 G2(주요 2개국)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은 7년 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의 GDP는 11조달러, 1위인 미국은 17조9000억달러다. 중국은 군사비 지출도 지속적으로 늘렸다. 중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1조위안(약 17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보다 7%가량 는 액수다. 미국에 이어 ‘넘버2’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원재연 국제부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중국몽’(中國夢·중국의 꿈)을 국가비전으로 제시했다. 한마디로 과거 중화제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부국강병이 필요하다는 게 시진핑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G2를 넘어 G1으로 우뚝 서겠다는 원대한 포부다. 시진핑은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경제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군사굴기(堀起·우뚝 섬)도 노골화하는 기류다. 중국 해군은 사상 처음으로 유럽의 전략적 요충지 발트해에서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 중국에선 차세대 핵심전력으로 꼽히는 052D형 이지스 구축함 창사(長沙)함을 투입했다. 미국에 대한 무력시위 성격이 짙다. 이달 초 첫 자국산 항공모함 랴오닝(遼寧)호을 홍콩에 파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도와는 국경 문제로 으르렁댄다.

중국은 내달 1일 창군 9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식 열병식’을 개최한다. 육군과 공군의 실탄을 활용한 실전연습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최신식 무기를 선보인다. 행사 장소도 베이징이 아니라 아시아 최대 훈련장인 네이멍구(內蒙古) 주르허(朱日和) 합동전술훈련기지다. 시 주석도 참관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다. 시진핑 2기 체제가 출범할 올가을 19차 중국공산당대회를 앞두고 G2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을 과시하고 시진핑 지도력을 부각하려는 것이다.

중국이 국력 신장에 맞춰 ‘강대국’을 자처하는 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힘이 세지면 목소리도 커지기 마련이다. 동시에 강자의 여유와 포용, 아량도 생길 법하지만 중국의 행보는 반대다. 반체제 인권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 사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류샤오보는 2008년 12월10일 공산당 일당체제 종식을 촉구한 ‘08헌장’을 주도한 죄(국가전복선동)로 1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지난 5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아내와 함께 해외로 나가 치료받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끝내 저버렸다. 류샤오보 출국을 요청한 국제사회의 호소도 외면했다. 그의 시신을 이틀 만에 화장한 뒤 바다에 수장했다. 외부의 비판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중국 당국은 되레 류샤오보 사망을 계기로 언론 통제의 고삐를 바짝 조인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류샤오보 장례를 치르자마자 시진핑의 개혁 성과를 홍보하는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바일 메신저 등에선 류샤오보 관련 소식과 정보를 삭제·차단하고 있다. 정보화시대인 21세기에 이런 어이없는 여론 통제를 서슴지 않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럼에도 중국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만큼 중국의 덩치가 커졌다. 이런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다. 북핵 문제에서도 손발을 맞춰야 한다. 우리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원재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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