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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안세현의 선전이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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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7 22:28:16 수정 : 2017-07-27 23: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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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자정이 넘어서도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고 있는 2017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때문이다. 박태환에 주목했지만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여자 선수 안세현(22)과 김서영(23)의 선전이다. 안세현은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5위, 김서영은 개인 혼영 200m에서 6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 수영사상 메이저대회 최고의 성적을 냈다.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조차 기적이었던 한국 여자 수영이 메달권에 근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한국 수영 최초의 금메달 획득 현장 취재 당시의 흥분이 떠오를 만큼 감격적이었다.

특히 안세현의 성장세가 놀라웠다. 이번 대회에서 접영 100m에서만 두 차례나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앞서가던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내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접영 200m도 결승에 올라 박태환 이후 최초로 두 종목 결승진출 선수가 됐다.

송용준 체육부 차장
안세현의 이처럼 빠른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든든한 물적 지원이다. 안세현은 박태환의 금메달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SK텔레콤이 지목한 차세대 유망주로 2015년부터 전담팀이 구성돼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박태환을 지도한 마이클 볼 코치는 물론 개인 트레이너와 국내 코치, 그리고 훈련 파트너까지 안세현을 위한 전담인원만 4명에 달한다. 여기에 연봉 6000만원을 포함해 국내외 전지훈련비 전액과 기록과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SK텔레콤이 1년에 안세현에게 쓰는 돈만 6억5000만원이나 된다. 이렇게 3년째 20억원에 육박하는 투자가 안세현을 단기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물론 투자만 한다고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안세현은 두 달간 스페인 등 유럽을 돌며 훈련과 대회 참가라는 강행군을 했다. 전담팀 관계자도 “중간에 퍼져버리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잘 버텨냈다”고 칭찬할 정도다. 안세현은 “두 달 동안 부모님 말고는 아무도 연락하지 않았다”면서 자신의 노력을 드러냈다.

한동안 수영과 육상 등 기초종목은 한국선수가 세계를 넘볼 수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수영에서 박태환이라는 걸출한 스타가 등장하면서 그 편견을 깼다. 편견이 깨지자 투자가 시작됐고 이는 안세현과 같은 의욕 넘치는 유망주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앞으로 선순환이 될 동력이 마련된 셈이다.

아직 육상은 그런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개최국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적지 않은 투자가 이뤄졌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다시 사그라졌다. 그래도 최근 단거리 스타 김국영이 100m에서 10초07이라는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꿈의 9초대 진입을 바라보자 육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국영이 박태환처럼 선구자적 역할을 해 준다면 육상 유망주도 많은 지원을 받을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천재 선구자’의 외로운 싸움이 있어야 관심이 커지고 이것이 투자로 이어진다는 점은 역설적으로 비인기 기초종목의 안타까운 현실을 말해준다.

송용준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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