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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등 기업 경쟁력 약화 / 결혼 건수 출산율 역대 최저치 / 국가지속성 이슈 뒷전에 둬서야 / 국가 리스크 관리하기 어려워 어제 아침에 경고등 두 개가 켜졌다. 현대차가 극심한 실적 부진에 빠졌다는 것과 저출산이 악화일로라는 뉴스였다. 한국의 경쟁력을 대표하는 현대차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저출산은 국가를 사라지게 만드는 주요 변수다. 이 이슈들은 국가의 지속성과 직결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사드와 탈원전,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제, 부자증세 논란에 밀려 뒷전에 처박혀 있다.

현대차의 부진은 중국의 사드보복 탓이 크긴 하다. 그건 표면적인 분석일 뿐이다. 근본원인은 경쟁력 저하다. 일본의 자동차산업 전문조사회사는 “현대차는 선행기술 개발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아 과거보다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인공지능(AI)을 단 미국의 자동차 신기술은 눈부시다.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2040년부터 휘발유·경유 차량의 신규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2025년쯤에는 전체 차량 판매량의 25%가 전기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흐름에 우리는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문재인 대통령이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를 만들어 인프라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때뿐, 기술혁신 담론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 추진,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정치화되면서 ‘완장’찬 대기업 노조의 목소리만 커졌다. 그러는 사이 현대차 등 국내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새 정부에서 적폐청산의 대상이 아닌 게 없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것이 저출산·고령화위원회다. 그만큼 심각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그제 발표한 5월 인구동향은 충격적이다. 5월에 태어난 아이는 3만300명에 불과하다. 2000년 5월 이후 가장 적다. 지난해 국내 혼인 건수는 28만건으로 떨어졌다. 30만건 이하는 1974년 이후 처음이다. 눈앞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있는데도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경제정책 비서관을 지낸 토드 부크홀츠는 “스파르타와 로마가 저출산으로 국가 존망의 위기를 맞았다”고 했다. 저출산은 경제 사회 전반에 극복하기 힘든 도전과제를 던져준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저출산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청년실업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평소에 문 대통령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박수치던 수많은 네티즌들마저 의문부호를 던졌다.

“취직도 어렵지만 신혼집은 누가 마련하고? 아이들 양육비는? 교육비는?”이라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정부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신설하고 아빠 육아휴직 확대 등 방침을 내놓고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이 정도론 아기 안 낳는 젊은 부부와 결혼을 미루는 청년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 몇 푼의 돈과 현장과 동떨어진 찔끔 대책, 막무가내식 애국심 호소로는 약발이 먹히는 시대가 아니다.

인류의 미래에 중대한 질문을 던지는 석학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국가의 위기는 낌새를 알지 못하는 사이 느릿하게 사태가 악화된다”고 했다. 그가 사례로 든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모든 것이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면서, 그가 꼽은 미국의 첫 번째 위기는 정치가 국가의 분열을 가속화한다는 점이다. 엊그제 뇌종양 수술을 마치자마자 의회로 달려간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이 “(미국의 정치는) 여느 때보다 더 당파적이고 더 부족적”이라고 일갈한 데서 미국의 위기는 사실로 입증된다.

미국은 우리에게 반면교사다. 새 정부 이후 국회의 법안 통과 건수는 정당 후원회 부활 등 몇 건 되지도 않는다. 4당 체제에서 대통령과 청와대만 보이고 여야는 협치의 반대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TV와 문자폭탄의 편향성은 당파적 갈등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우선순위를 잘 정해야 한다. 인권 강화, 환경 보호, 사회적 평등의 가치 추구 등은 그것대로 급하고 의미가 있다. 하지만 국가에 더 중요한 것은 기업 경쟁력 강화, 출산율 제고, 대화와 양보를 통한 협치 등 생존과 직결된 본질적인 문제다. 중요한 것을 먼저 해야 국가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진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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