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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갑질 없고 이익은 나눠… 빵빵한 기쁨 나누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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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28 20:09:46 수정 : 2017-07-28 20: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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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사는 프랜차이즈 ‘까레몽’ 김봉수 대표 조합비 250만원, 제빵기술 교육비 250만원이 전부다. 인천 지역 빵집 협동조합 프랜차이즈 ‘까레몽’에 가입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다. 이 중 조합비는 조합 탈퇴 시 돌려받을 수 있다. 그 흔한 가맹비, 컨설팅비가 없다. 주기적으로 가맹점주를 괴롭히는 점포 리모델링, 설비 교체, 빵 재료 구매 강요도 없다. 점포가 늘어나 생산단가가 낮아져서 생기는 이익은 점주들과 나눈다. 모두 까레몽 프랜차이즈 계약서에 명시된 조항들이다. 까레몽 점포는 현재 인천 지역에만 9곳이다. 서울 2곳, 대구 1곳, 전주 1곳이 더 있다.

최근 유명 프랜차이즈들의 ‘갑질’에 국민들의 공분이 높은 가운데 ‘함께 살기 위한 프랜차이즈’를 꾸려가고 있는 까레몽 협동조합 김봉수 대표를 지난 27일 인천 남동구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동네 빵집들이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내몰려 망해가는 걸 막아보잔 생각에서 처음 까레몽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까레몽 협동조합 김봉수 대표가 27일 인천 남동구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유명 빵집에서 책임자로 지내는 등 수십년 제빵경력을 쌓아오던 그가 인천과 연을 맺은 건 2003년 경인제과요리학원의 원장을 맡으면서부터였다. 이미 당시 인천의 동네빵집 30% 정도가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밀려 문을 닫은 상태였다. 김 대표는 “당시 학원에서 제빵기술을 전수받은 제자들이 빵집을 차리면서 어려움을 호소했고 함께 공동 브랜드를 운영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때 만들어진 브랜드가 바로 까레몽이다. 그러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조직을 갖추게 된 건 2013년 협동조합을 설립하면서부터였다. 처음부터 성과가 좋을 리 없었다. 까레몽 협동조합은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해에야 흑자 경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달 까레몽 협동조합은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소기업청)·소상공인진흥공단이 지원하는 ‘이익공유형 프랜차이즈’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까레몽 협동조합은 프랜차이즈 시스템 구축, 마케팅 부문에 대한 전문업체의 컨설팅을 매주 받고 있는 중이다. 김 대표는 “정부 지원으로 올해 말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 하루하루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김 대표도 까레몽 점포를 낸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개인 빵집을 내면 80%가 망하는데, 저희 협동조합에 들어오면 제가 있는 힘을 다해서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커다란 성공이 아니라 자신만의 빵을 만들고 그걸 나누는 즐거움을 알 수 있을 때까지 돕는 게 자신의 역할이란 게 김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는 “결국 동네 빵집이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맞설 수 있는 건 빵을 직접 만든다는 거, 그에 따라 빵집마다 개성있는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런 생각 때문에 바쁜 가운데서도 인천 지역 ‘명물 빵’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인천 고구마쌀빵 제빵왕 경연대회’의 아이디어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요즘 전국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빵들이 생기고 있는데, 인천에도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고구마쌀빵이 있다는 걸 여기저기 알리고 싶은 마음에 경연대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가 인천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건 이것뿐이 아니다. 최근 김 대표는 인천 지역 초등학교를 돌며 방학 기간 아이들을 상대로 제빵 체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도 아침부터 인천 조동초등학교에서 꽈배기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직접 체험하게 하는 교육을 진행했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빵 만드는 즐거움을 전하고 싶고, 또 제빵사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사무실을 떠나기 전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 까레몽의 뜻을 물었다. 김 대표는 불어로 ‘까레’가 ‘사각케이크’, ‘몽’은 ‘산’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누가 물어보면, 산처럼 많은 빵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은 하는데요. 사실 10년도 더 전에 이 이름을 지을 때는 뭔가 고급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멋을 좀 부린다고 불어 이름을 택한 거예요. 지금 와서 보면 그때와 달리 정말 친숙한 느낌의 상호가 됐죠. 지금 이 느낌이 우리 협동조합에 더 잘 맞는 거 같아 전 좋아요.”

인천=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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