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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지방의원 외유에 묻힌 인재성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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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30 23:08:54 수정 : 2017-07-30 23: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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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되풀이되는 폭우 피해 / 자연재해로 보기엔 아쉬움 많아 / 외유 지방의원 비난 중요하지만 / 근본 대책 마련 촉구가 급선무 올해도 어김없이 집중호우로 인한 물난리가 났다. 2주 전 중부지방을 강타한 폭우는 청주와 천안, 인천 일부 지역을 물바다로 만들었다. 도시를 덮친 폭우로 차량들이 도로 위를 둥둥 떠다녔다. 주민들은 주택과 상가가 침수되는 과정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폭우가 내린 지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온난화로 지구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예측불가능한 자연재해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기상이변이라고 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자연재해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발생 빈도는 빈번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내놓고 있다지만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지 미심쩍다. 재해 피해가 지역만 다를 뿐 수십 년째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때 국민은 먹통이 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와 늑장 발송된 긴급재난문자에 분노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재난 발생 때마다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각자도생(各自圖生)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가 국민들 입에서 나온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청주와 인천의 물난리도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청주에는 22년 만에 가장 많은 290.2㎜의 비가 내렸다며 하늘 탓을 하지만 2002년 8월 태풍 루사 때는 강릉지역에 하루 870.5㎜의 폭우가 내렸다. 언제든지 상상을 초월하는 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촘촘하고 세밀한 대책마련의 필요성이 이미 제기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수해지역에서는 행정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화를 키웠다. 자연재해로만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대목이 많다는 얘기다. 초동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청주시는 물폭탄이 쏟아진 지난 16일 오전 한 것이 별로 없다. 주민들은 91.8㎜의 비가 내릴 동안 시가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가장 피해가 컸던 복대동과 비하동 일대의 위험을 알리는 안내문자는 이날 오전 내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재난방송은 오전 10시가 넘어 나왔다. 청주시 직원들에게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도심을 지나는 무심천의 청남교가 범람위기에 놓인 이날 오전 10시10분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도 엉뚱한 예보로 주민들을 실망시켰다. 기상청은 16일 오전 4시30분 충북 중북부 지역에 30∼8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지만 정작 내린 비는 예상을 10배 가까이 초과하는 290.2㎜였다. 너무 빗나가 말하기조차 무안할 지경이다.

인천에서는 소방당국의 어이없는 실수로 소중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오전 9시23분 인천소방본부 119에는 “반 지하 방이 침수돼 노인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 과정에서 상황실 근무자가 신고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잘못 적는 실수를 했다. 이 때문에 최초 신고 후 33분 만에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노인은 호흡과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

특히 이번 수해 때는 나날이 위력을 더해가는 자연재해의 허술한 대응을 지적하고 대비책 마련을 촉구하기보다는 외유를 떠난 지방의원을 비난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졌다. 지방의원의 외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주민을 얼마나 하찮게 여겼으면 물난리 와중에 외유를 떠날 생각을 했을까.

전국에서 가뭄과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등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의원들의 사례를 찾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 년도 남지 않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이런 몰지각한 정치인을 뽑지 말아야 한다. 주민들은 외유 떠난 지방의원의 못난 행동을 꼬집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재해 예방책 마련을 촉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재해는 점점 대형화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현대는 위험사회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재해에 대비한 보다 적극적인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목표의 하나로 제시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가 실현되도록 해야 한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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