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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제의책읽기,세상읽기] 행복에 이르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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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31 21:03:38 수정 : 2017-07-31 21: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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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적 탁월성 위해 습관의 중요성 강조
나쁜 습관에 길들여지면 행복할 수 없어
당신은 행복한가. 행복한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 행복 창조의 비밀은 무엇인가. 행복도 진화의 산물인가. 이런저런 질문으로 작금의 행복 담론은 넘쳐난다.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인간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실제 행복에 이르는 길은 결코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행복을 인간 행위의 최상의 목적으로 삼았다. 요즘도 두루 원용되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출발점이자 핵심 탐문도 바로 행복이었다. 과연 어떤 삶이 좋은 삶, 곧 행복한 삶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탁월성에 따른 영혼의 어떤 활동’으로 규정한다. 인간으로 하여금 최고선인 행복에 이르게 하는 탁월성에는 두 종류가 있다. 지적 탁월성과 성격적 탁월성이 그것이다. 경험과 시간을 통해 배워서 성취하는 게 지적 탁월성이다. 반면 습관의 결과로 형성되는 게 성격적 탁월성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윤리를 중시했다. 대담함이 지나쳐 무모하거나, 모자라 비겁한 상태가 아닌 ‘용기’, 즐거움과 고통이 지나친 무절제나 모자라는 목석같은 상태가 아닌 ‘절제’, 노여움이 지나친 성마름이나 모자라 화를 낼 줄 모름의 상태가 아닌 ‘온화’…. 이런 중용의 윤리가 성격적 탁월성의 덕목이다. 이때 합리적 선택의 문제나 습관의 중요성을 그는 논변한다.

왜 습관이 중요한가. 성격적 탁월성이 본성적인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습관의 차이에 따라 그 결과가 현저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본성적인 것이 아니기에 계속 실행하고 발휘할 때 성격적 탁월성은 축적되고 획득된다. 예컨대 건축가가 집을 거듭 지어 보는 과정을 통해서 건축가로서의 탁월성을 얻어가듯이, 정의로운 행위를 반복하면 정의라는 탁월한 품성 상태에 이르게 된다는 얘기다. 이 책을 늦둥이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헌정하기 위해 썼다는 설도 전해지거니와,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성격적 탁월성을 위해 습관의 중요성을 앞세웠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우리의 활동이 어떤 성질의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 활동의 차이에 따라 품성상태의 차이가 귀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쭉 이렇게 습관을 들였는지, 혹은 저렇게 습관을 들였는지는 결코 사소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단히 큰 차이, 아니 모든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니코마코스 윤리학’ 제2권)

검찰과 사회 정의 문제를 다룬 드라마가 며칠 전 종영됐다. 탄탄한 플롯의 탁월성을 보인 그 드라마의 조연 검사 중 한 사람은 시종 진실이나 정의와는 거리가 먼 행위를 보였다. 자기 잘못이 드러나 위기에 처하자 후배 검사에게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바뀔 거라고 사정한다. 시종 진실한 원칙을 강조하던 주인공은 마지못해 그에게 기회를 주지만, 끝내 바뀌지 않는 것으로 귀결됐다. 좋지 않은 습관으로 단죄된 기업가나 정치인의 초상들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어쩌면 시작은 습관의 작은 차이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났다. 중요한 것은 현실적 위세와 달리 진실하지 않은 습관과 품성에 길들여진 이들이 결코 행복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행복에 이르는 습관,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린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전하려 했던 그 윤리가 지금도 여전히 주목에 값하는 이유는 그 이외에도 여럿 있을 것이다.

우찬제 서강대 교수·문학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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