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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트럼프의 한국 불신과 동맹 와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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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2 20:57:47 수정 : 2017-08-02 20: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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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 잘못 끼운 한·미 정부에 사드는 시작의 끝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표류하고 있다. 백악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막장’ 정치 드라마는 끝없는 반전으로 최고의 서스펜스를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몰락은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지리멸렬한 틈을 이용해 북한이 보란 듯이 미국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한·미동맹 체제로 안보를 유지해온 한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트럼프 정부와 미국의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내년이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불바다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판단이다. 이 ICBM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미국에서 서울을 지키려다 시애틀이나 로스앤젤레스가 초토화되는 사태를 방치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논리로 한·미동맹 와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의 ICBM이 한반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핵·미사일 도발 못지않게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한국의 운명이 달린 게 엄연한 현실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한국의 현 정부를 대단히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고, 그의 핵심 지지층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 결정적인 계기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였다는 게 미국 정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한국이 사드 발사대를 창고에 집어넣어 두게 했다고 보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10억달러의 돈을 들여 최첨단 무기로 한국을 보호해주겠다고 하는데 한국이 이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게 제정신에서 하는 소리냐고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짜증을 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북한과 한국 중 어느 나라가 더 미운지 모를 정도이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에 대한 불편한 인식을 설명했다.

문재인정부가 ‘임시’라는 꼬리표를 붙여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배치 결정을 내렸지만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그것은 이미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하면 즉각 6기의 사드 포대 완전체를 배치하기로 한·미 간에 사전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연쇄도발 와중에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하는 등 남북대화를 시도하자 트럼프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절차를 생략한 채 일방적으로 대북 대화를 제안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초강경 대북 제재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미국 측 불만의 요체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도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의 절반가량은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지지하고, 문 대통령 지지자의 절반가량은 북한보다 미국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가 워싱턴 외교가에 파다하다.

북한의 ICBM 도발에 한·미가 이처럼 엇박자를 내면 한·미동맹 체제를 약화하려는 북한의 전략이 그대로 먹혀들게 된다. 한·미 간 틈새가 벌어질수록 한국의 북한, 중국, 일본에 대한 지렛대도 힘을 잃게 마련이다. 문재인정부와 트럼프 정부는 사드 문제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현 단계에서 한·미 양국이 사드 문제를 말끔하게 정리하는 게 급선무이다. 앞으로 최소한 3년 반 재임 기간이 겹치는 두 나라 정부에 사드 문제는 끝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의 끝일 뿐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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