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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휴가 중입니다.”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8·2대책)을 발표한 뒤 질의응답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렇게 말했다.

휴가 중에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장관이라… 생소했다. 그는 “몇 주간 대책을 준비했고 발표 날짜만 오늘로 할지 내일로 할지 모레로 할지 남아 있던 상황이었다. 1박2일간 휴가를 했고, 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관계 부처와)소통했다”고 부연했다.

김 장관의 휴가는 원래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4일까지였다. 8·2대책 발표 일정이 잡히면서 급히 귀경했다. 갑자기 돌아왔기에 2일 오후 공지된 장관의 3일 일정도 ‘미정’ 상태였다.

장관 말이 틀리진 않을 것이다. 이 정도 고강도 대책이 조율 없이 하루이틀 사이에 뚝딱 만들어지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그러나 김 장관의 말처럼 ‘충분한 소통’의 결과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발표 날짜가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무부처 장관이 휴가를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뭔가 서두르는 느낌이다. 새 정부는 이제 출범한 지 석 달째다. 그 사이 비정규직 정규직화 추진과 4대강 사업 정책감사·수자원 업무 환경부 이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부자 증세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쏟아졌다.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발표 하루 만에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열렸다. 속전속결, 전광석화와 같이 이어진 행보다.

그리고 그 맨 앞에 대통령이 있는 느낌이다. 실제 대통령의 업무지시로 추진되는 정책이 상당히 많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급히 먹는 밥은 체한다. 몸을 제대로 풀지 않고 달리면 다리가 꼬인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을 위해 구성한 공론화위원회와 정부가 엇박자를 내고, 증세와 관련해 불거진 당청 간 불협화음 등이 모두 그런 것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7일 세법개정 당정협의에 벌겋게 충혈되고 부은 눈으로 인사하는 게 보기 좋지 않았다. 얼마나 고단하기에 한 나라 경제사령탑의 모습이 저렇나 싶었다.

8·2대책도 이달 말에 나올 가계부채종합대책과 함께 발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피자를 쏘겠다’고 하니까 국토부에서 발표일을 당겼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한발 늦어져도 폭넓은 공론화 과정을 거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 정책화하면 좋겠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하더라도 서두르다가 그 파장과 후유증을 간과하면 오히려 화를 부른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의 리더십, ‘메르켈리즘’은 즉흥적인 행동이나 판단을 피하고, 반복해 점검하고 확인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데서 나온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2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새 정부 국무위원만으로 개최된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하는 회의가 되도록 하자. 자신의 소관 분야가 아니어서 잘 모르는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말고 토론하자”고 말했다. 대통령이 솔선해야 한다. “일단 한번 해보고 나중에 고치자”는 식은 더더욱 안 된다. 국민은 리더가 앞선다고 ‘우∼’하고 따라가는 레밍(쥐목 쥐과 포유류, 몇 년마다 크게 번식해 이동하므로 나그네쥐라고도 한다)이 아니다.

나기천 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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