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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메독의 숨은 보석 크뤼 부르주아 와인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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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5 06:00:00 수정 : 2017-08-04 21: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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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크뤼 능가하는 와인 많아
무럭무럭 익어가는 7월의 프랑스 메독의 포도
프랑스 보르도 메독은 그랑크뤼 클라세 와인의 본고장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이곳에는 값비싼 그랑크뤼 와인만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등급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랑크뤼 와인 못지 않는 크뤼 부르주아(Cru Bourgeois)와 크뤼 아르띠장(Cru Artisan) 와인, 또 가성비 좋은 조합 와인 등 다양한 와인들을 즐길수 있답니다. 때문에 메독 지방 와이너리 투어를 하다보면 가성비 좋은 보물같은 와인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하지요.

물론 그랑크뤼에는 1등급 와인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뚜르, 샤토 마고,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오브리옹 등 5대 샤토를 비롯한 뛰어난 와인들이 대거 몰려 있죠. 하지만 메독의 그랑크뤼 60개가 모두 그랑크뤼의 품격에 맞는 품질을 지닌 것은 아니랍니다. 왜냐하면 나폴레옹 3세가 1855년 파리만국박람회에서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줄을 세워 만든 그랑크뤼는 현재까지 두차례만 변동됐을뿐 처음 지정된 체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1등급 샤토 5개중 샤토 무통 로칠드가 1973년 2등급에서 1등급으로 가장 늦게 상향 조정됐고 샤토 깡뜨 메를르가 1856년 5등급에 편입된 것이 전부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품질 평가를 통한 재분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죠. 실제 2∼5등급 와인들의 품질은 1855년에 지정했을때보다 지금은 많이 달라져 그랑크뤼 와인이라고 모두 이름만큼 뛰어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그랑크뤼 와인이어서 가격은 지갑을 열기에 매우 부담스러운 편이죠. 

1등급 샤토 무통 로칠드의 입구의 상징탑.
따라서 가성비 좋은 보르도 와인을 찾는다면 크뤼 부르주아 와인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크뤼 부르주아는 크랑크뤼 클라세에 들지 못한 와이너리들이 1932년에 자체적으로 만든 등급으로 메독에만 있습니다. 현재 보르도 메독 와인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며 와이너리는 250개정도입니다. 크뤼 부르주아는 매해 심사를 통해 대상 와인을 다시 조정하기 때문에 그랑크뤼 보다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는답니다. 크뤼 부르주아에 머무르려면 끝임없이 품질을 잘 유지해야 하기에 의외로 맛난 와인들이 많이 있어요.

뽀이악 크뤼 부르주아 샤토 퐁바데 와인들.
샤토 퐁바데 오너 빠스깔 뻬로니(Pascale Peyronie).
기자는 뽀이악 마을의 대표적인 크뤼 부르주아 와이너리 샤토 퐁바데(Château Fonbadet)를 찾아가 봤습니다. 뽀이악은 1등급 5대 샤토중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뚜르, 샤토 무통 로칠드 3개가 몰려있어 메독에서 핵심인 마을이죠. 그런데 놀라지 마세요. 4대째 와인을 빚는 이곳의 포도밭은 원래 1등급 샤토 라뚜르의 밭이었다는 군요. 샤토 라뚜르가 한때 경영이 어려웠던지 1878년에 밭의 일부를 현재 퐁바데의 오너인 빠스깔 뻬로니(Pascale Peyronie)의 증조부에게 팔았습니다. 증조부는 2차세계대전후 샤토 무통 로칠드의 디렉터를 지내 와인 양조에 조예가 깊은 인물로 퐁바데라는 이름으로 이때부터 직접 와인을 빚기시작합니다. 크뤼 부르주아급이지만 포도밭이나 떼루아는 1등급 샤토의 밭이나 다름없는 셈이지요. 워낙 포도밭이 좋아 2002년에는 1등급 샤토 무통 로칠드가 3ha를 사갔을 정도로 와인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퐁바데의 포도밭중 3ha는 뽀이악 중심부에 있는데 주변에는 그랑크뤼 2등급 샤토 피숑 롱그빌 콩테스 드 랄랑드(Chateau Pichon Longueville Comtesse de Lalande), 5등급 샤토 랭쉬 바쥬(Chateau Lynch Bages) 등과 인접한 핵심지역이랍니다.

퐁바데는 ‘작은 계곡의 연못’이란 뜻으로 와이너리 밑으로 수원이 지나가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평균 수령 50~60년의 포도나무가 주를 이루고 카베르네 소비뇽 60%, 메를로 20%, 카베르네 프랑 15%, 쁘띠 베르도와 말벡 5%를 블렌딩 합니다. 2014년부터 세계적인 양조가 미셀 롤랑의 컨설팅을 받고 있는데 뽀이악에서 가장 늦게 수확할 정도로 최대한 완숙한 포도로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2012 빈티지와 2014빈티지를 비교 테이스팅 했는데 미셀 롤랑 이전 빈티지는 개성이 도드라진 반면 2014 빈티지는 좀 더 우아한 스타일로 바뀌었더군요. 

오메독 크뤼 부르주아 샤토 생따옹 전경.
샤토 생따옹 와인 저장고.
샤토 생 따옹 와인.
샤토 생 따옹(Chateau Saint Ahon)도 오메독에 있는 크뤼 부르주아입니다. 13세기부터 있던 와이너리지만 대혁명을 거치면서 건물이 다 파괴돼 1875년 샤토를 다시 지었습니다. 현재 오너가 67번째 가문일 정도로 무수히 주인이 바뀌었다고 하네요. 이곳은 와이너리 투어에 초점이 맞춰진 곳이에요. 특히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단위 방문객을 위해 게스트 하우스와 캠핑카 공간도 갖추고 있답니다. 이곳에 머무르며 자유롭게 혼자서 코스를 따라 투어할 수 있고 가이드를 따라다니면서 생산 과정을 둘러보며 와인을 시음할 수 있습니다. 샤토 생 따옹 2012는 카베르네 소비뇽이 60%일 정도로 메를로보다 두배 가량 많이 블렌딩하며 나머지는 카베르네 프랑과 쁘디 베르도를 섞는 전형적인 메독 와인입니다.

리스트락 크뤼 부르주아 샤토 레스따즈 와이너리 전경.
샤토 퐁레오 와이너리 전경.
메독 와이너리 투어를 하다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방문하는 샤토마다 거의 레드 와인을 만든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메독 지역은 대부분 레드 와인 생산에 집중하기 때문에 화이트 와인을 찾기 어렵답니다. 왜 그럴까요. 메독을 비롯한 보르도에서는 레드 와인만 원산지통제규정인 AOC 등급을 받을 있기 때문이에요. 화이트 와인은 아무리 잘만들어도 지역이나 마을 단위 AOC를 받을 수 없어 레이블에 그냥 ‘보르도(Bordeaux)’로 표기해야 한답니다. 하지만 여름 휴가철 뜨거운 햇살아래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서 레드 와인만 시음하다보면 지치게 됩니다. 시원하게 칠링된 화이트 와인이 저절로 생각나는 법이죠. 화이트 와인이 절실하다면 샤토 레스따즈(Chateau Lestage)와 샤토 퐁레오(Chateau Fonreaud)를 방문해 보세요. 리스트락에서 인지도가 높은 크뤼 부르주아 와이너리로 이곳에서는 화이트 와인도 생산합니다.

샤토 라스따즈(왼쪽)과 샤토 퐁레오 화이트 와인.
샤토 레스다즈와 샤토 퐁레오를 운영하는 기욤 샹프로(Guillaume Chanfreau·오른쪽)와 로익 샹프로(Loic Chanfreau·) 형제.
와이너리들은 기욤 샹프로(Guillaume Chanfreau)와 로익 샹프로(Loic Chanfreau) 형제가 운영하는데 포도밭은 모두 90ha로 샤토 레스따즈는 리스트락에 45ha, 물리스에 10ha를 갖고 있고 퐁레오는 35ha 입니다. 이중 레스따즈는 0.5ha, 퐁레오는 3.5ha에서 화이트 품종을 재배합니다. 샤토 레스따즈의 라 무에뜨(La Muette)와 샤토 퐁레오 르 시뉴(Le Cygne)는 2016년이 첫 빈티지로 소비뇽 블랑 75%와 세미용 25%를 블렌딩한 와인입니다. 보르도의 화이트 와인은 대체로 미네랄이 느껴지고 라이트한게 특징인데 퐁레오는 오크향과 유질감이 좀 더 가미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1870년 건축된 매우 높은 샤토 건물이 인상적인데 와이너리의 최초 오너가 가문의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일반 샤토보다 훨씬 높은 건물로 지었다고 하네요. 알제리에서 와인을 빚던 샹프로 형제의 증조부가 프랑스로 건너와 1962년과 1963년 이 샤토들 매입했다는 군요.

샤토 뒤플레시스 총괄담당 실비 몽잘레(Sylvie Monjalet)씨가 와인을 소개하고 있다.
샤토 뒤플레시스 와인.
물리스 마을의 샤토 뒤플레시스(Chateau Duplessis)는 400년의 역사를 지닌 와이너리인데 보르도 슈페리어급 와인을 생산하던 곳입니다. 건설업을 하던 필립 페리에(Philippe Ferrier)가 2015년 이곳을 인수,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친끝에 2015 빈티지부터 크뤼 부르주아로 품질을 끌어 올리는 성공했습니다. 줄기째 발효를 하고 이산화황을 거의 안쓰는다고 하네요.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와인을 만들자’는 철학으로 메를로의 비중이 많은 레드 와인을 빚고 있습니다. 뒤플레시스의 와인들은 아직 야생마 같은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와인입니다.

샤토 도스몽의 소박한 와이너리 전경.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 잎의 차이를 설명하는 샤토 도스몽 오너 필립 트레쏠(Philippe Tressol).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는 크뤼 아르띠장 와이너리도 있답니다. 크뤼 아르띠장은 말그대로 ‘장인 와인’입니다. 포도밭 크기가 보통 2ha 정도로 생산량이 굉장히 적고 오랫동안 전통을 지키며 와인을 빚는 와이너리입니다. 2006년 조합이 만들어졌으며 현재 44곳인데 생산량이 워낙 적어 구하기 매우 힘든 와인들이죠. 오메독의 샤토 도스몽(d‘Osmond)은 11년간 크뤼 아르띠장 조합의 대표를 맡은 필립 트레쏠(Philippe Tressol)이 메독에서는 거의 찾기 힘든 로제와인과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든 블랑드 누아 화이트 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화이트 와인 생산의 50%는 도쿄의 와인바에 공급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군요. 로제 와인 이름 에뤼레(epure)는 초안, 설계도란 뜻으로 메독에서 로제 와인을 개척한다는 장인 정신을 담고 있다고 합니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쁘띠 베르도를 조합한 독특한 로제 와인입니다. 쁘띠 베르도는 알이 작아 생산량이 많지 않고 탄닌이 세 조금만 섞어도 와인 확 바뀌는 품종이에요. 그리셔 보르도에서는 레드와인을 만들때 2∼5% 정도만 블렌딩을 합니다. 필립은 이런 쁘디 베르도 100% 레드 와인도 선보이고 있답니다. 장인 정신으로 와인을 빚는 크뤼 아르띠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죠.

오메독 샤토 밀로즈 와이너리 전경.
샤토 밀로즈 오너 다비드 포르(David Faure)와 소피(Sophie) 부부.
샤토 밀로즈 와인들.
보르도 메독에는 이처럼 욕심부리지 않고 자기만의 와인을 빚는 작은 와이너리들이 많이 있답니다. 샤또 밀로즈(Chateau Mille Roses)는 마고마을 4ha와 오메독 10ha의 싱글빈야드에서 유기농으로 와인을 빚는 소규모 와이너리입니다. 19세기초 지어진 아담한 샤토는 이름처럼 아름다운 장미꽃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오너인 다비드 포르(David Faure)와 소피(Sophi) 부부가 직원 2명과 함께 직접 와인을 빚고 있으며 생산량은 마고 2만2000병, 오메독 2만5000병입니다. “ 과시하는 와인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정직한 와인, 떼루아를 잘 보여주는 와인을 빚으려 해요. 특히 아로마가 너무 과하면 신선함이 잘 느껴지지 않죠. 산도가 신선한 와인을 만드는데 집중한답니다” 다비드는 이처럼 와인의 산미와 단맛의 밸런스가 뛰어나 음식을 짓누르는지 않고 잘 어울리는 와인을 만드는게 양조 철학이라고 강조하네요. 그는 자신의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양이나 구운 고기, 양념 진하지 않은 찜요리 등을 추천합니다.

쌩떼스테프 샤토 레망딘 와이너리 오너 리즈 뒤트레.
샤토 레망딘 와인.
더 조그만 샤토도 있어요. 쌩떼스테프의 샤토 레망딘 (Chateau Remandine)은 포도밭이 4ha로 연간 생산량이 6000병에 불과하답니다. 샤토를 찾아가니 맘씨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환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녀는 리즈 뒤트레(Anne Lise Dutrait)씨로 부부 둘이서만 와인을 빚고 있어요. 남편은 그랑크뤼 샤토 피숑 롱그빌 콩테스 드 랄랑드에 반나절 트렉터 등을 몰며 일하고 퇴근하면 자기의 포도밭을 돌본다는 군요. 돈보다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하는 소박한 부부였어요. 와인 조차 그들을 닮았더군요. 메를로 60%와 카베르네 소비뇽 40%를 섞은 와인인데 화장을 전혀 하지않은 자연미인 같은 순수함이 가득 담겨있답니다. 아들 이름이 레미이고 딸이 아망딘인데 둘을 합쳐서 레망딘으로 지었다니 와인도 자식처럼 돌보는 것 같았어요. 샤토 건물도 원래 주차장이었다는 군요. 요즘 말하는 진정한 개러지(Garage) 와인인셈입니다. 기자도 작은 포도밭을 일구며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유니메독의 와인 저장고.
유니메독 생산시설.
1934년에 설립된 유니메독은 메독의 공동조합 와인을 생산하는 곳으로 메독 전체 생산량의 12%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가성비가 워낙 뛰어나 국내에서도 명절때 선물용 세트로 많이 판매되는 와인이기도 하죠. 포도밭은 무려 1000ha에 달하며 조합원 150명 정도로 100종의 와인을 한해 800만병 생산합니다. 조합이 양조부터 와인판매까지 도맡아 처리하기 때문에 조합원은 자기 포도밭에서 최상 품질의 포도 생산에만 집중하면 된답니다.

보르도(파리)=글·사진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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