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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中 보복 무력화할 이웃 만들기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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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06 21:21:34 수정 : 2017-08-06 21: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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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애초 사드 이해하려 하지 않아
대화로 中 설득은 헛된 희망사항
한류 열풍 불고 있는 아세안 국가
우군 구축 적극적으로 추진 필요
“어이가 없어요. 이유도 없이 갑자기 그만두라고 하면 어떻게 하란 것인지.”

중국 베이징의 한 중국인 점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딸이 지난 2월 느닷없이 해고를 당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베이징의 모 대학에 다니는 딸은 이번 일로 적잖은 상처를 받은 것 같았다.


신동주 경제부 차장
중국을 사랑한 나머지 관련 사업에 야심차게 뛰어든 지인은 며칠 전 “지금 중국과 비즈니스가 올 스톱”이라며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베이징 내 한인 타운 왕징(望京)에 거주하는 한 지인도 “자동차를 할부로 구매하려 해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하는 현실이 서럽다”고 했다.

이뿐인가.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지만 상장 기업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의 직격탄을 맞아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두자릿수 이상 감소했다는 참담한 성적표만 내놓고 있다. 그런 기업에 투자한 ‘개미군단’의 안면에 수심이 가득하다.

오는 24일은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일이다. 축포 소리와 연무가 자욱해야 할 경사스러운 날을 앞두고 있지만 국내에서도, 중국에서도 온통 신음소리뿐이다. 문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한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 계획으로 중국은 지난해 7월부터 전개한 보복 수위를 높일 태세다.

도처에서 아우성이지만 정부는 아무런 해결책도 없어 보인다.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북한.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고 미국과 담판을 벌이려 하는 그들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음에도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와 긴밀히 조율할 현 정부의 4강(强)대사 인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안보 시계 제로(0)인 현실에서 재외국민의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을 기대하는 것은 허황된 일일까. 무책임한 전 정부나 환상에 사로잡힌 듯한 현 정부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2015년 ‘항일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할 때만 해도 한·중 관계는 최고조에 달했다. 경열(經熱)이 정열(政熱)로 급진전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도 팽배했다.

그러나 지난해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이 내려지자 중국은 전통 공연인 변검에서처럼 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번달로 예상됐던 한·중 정상회담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올가을 중국공산당 19차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 내년 3월 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권력 재편기의 숨가쁜 일정에 비춰볼 때 한·중 정상회담은 상당기간 불투명하다.

주지할 사실은 애초부터 중국은 사드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화로 중국을 설득한다는 게 우리만의 헛된 희망사항이었다는 게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았는가. 미몽에 사로잡혀 아직도 시진핑을 ‘시다다’(習大大, 친숙한 아저씨)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중국 공산당의 입(口)인 인민망을 보면 시진핑은 ‘안이부망위, 존이부망망, 치이부망란(安而不忘危, 存而不忘亡, 治而不忘亂)’이란 국가안전관을 갖고 있다. 주역에 등장하는 이 글귀는 ‘국가가 안정되더라도 위기를 잊지 말아야 하고, 존속해도 망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잘 다스려도 혼란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고전대로의 해석이다. 그러나 지금 이 글귀는 최악의 상황에도 최고의 결과를 낸다는 시 주석의 ‘마지노선 사유(思維)’를 설명하는 데 자주 인용된다. 우리에게 마지노선 사유란 무엇인가. 중국의 보복을 무력화할 전략일 것이다.

잠시 귀국해 면세점에서 알바하는 딸의 말이 기운을 북돋게 한다. “중국 쇼핑객이 줄어서 중국말 할 기회가 줄었어요. 그런데 베트남 손님이 제법 오네요. 간단한 베트남어 학습도 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한국말도 좀 해요.”

중국이 아닌 동남아 국가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실익을 챙기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게 반갑기만 하다. 중국의 보복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세안 내 우군 구축이 절실한 때다.

신동주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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