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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가절배사친(佳節倍思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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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0 21:21:25 수정 : 2017-08-10 21: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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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별의 한(恨)-. 남북 이산가족이 지닌 아픔이 대표적이다. 우리 민족은 숱한 외침의 수난사 속에 가슴 쓰린 이별의 한을 깊이 담고 있다. 특히 국토 분단은 냉전시대 유물의 하나로서 남아 있다. 이산가족 1세대가 점점 유명을 달리해 감에 따라 남북관계에서 최우선으로 다뤄야 할 현안으로 대두된 지 오래다.

가족과 연인, 친한 벗 등 보고 싶은 이를 만나지 못하는 아픔은 형언할 수 없다. 불교에서 인생의 여덟 가지 고통(八苦) 중 ‘애별리고(愛別離苦)’, 곧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포함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정든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부모형제, 친구가 더욱 생각날 수밖에 없다. 당나라 때 대문장가 왕유(王維)는 그리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홀로 타향에서 나그네 신세/ 좋은 계절 되니 고향의 부모형제 더욱 그리워(獨在異鄕爲異客 每逢佳節倍思親)”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에서 제의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광복절을 사흘 앞두고도 희소식이 없다. 하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등 호전적인 북한 태도와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에서 상봉은 난망하다. 오매불망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려온 이산가족에게는 낙담 그 자체다. 북한이 인도적 문제조차도 정치적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반인륜적 행태이다. 숱한 식언에서 보듯 신의를 헌신짝 버리듯 가볍게 여기는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의 어느 누가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 하겠는가.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에게 신의가 없다면 미래 가능성이 없다.(人而無信 不知其可也)” 순자 또한 “땅을 넓히는 것은 힘써 신의를 높여가는 것만 못하다(益地不如益信之務也)”고 강조했다. 짧은 안목으로 경제적 이득만을 취하고자 하는 이는 신뢰를 잃어 생명력이 없다는 충고다. 혈육 관계는 천륜(天倫)이다. 제도와 이념, 물질 등 그 어떤 수단으로도 끊을 수 없다. 그래서 혈육 간에는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그리움에 대한 정한(情恨)은 묽어지지 않고 되레 진해지는 이유다.

‘노자’는 ‘부드러우면 살고 굳어지면 죽는다(柔生堅死)’며 “천도에 어긋나고 인간 본성에 반하면 만사를 잃는다(乖天逆性本心喪)”고 경고했다. 북한 당국의 회심(回心)을 기대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佳節倍思親 : ‘좋은 계절 되니 부모형제 더욱 그립다’는 뜻.

佳 아름다울 가, 節 철 절, 倍 곱 배, 思 생각 사, 親 어버이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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