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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프랑스에 나만의 포도밭을 가질 수 있다면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8-18 06:00:00 수정 : 2017-08-17 21: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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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와인생산 프로그램 비니브 탄생
푸른 하늘아래 끝없이 펼쳐진 보르도 메독의 포도밭.
태양이 쏟아지는 맑고 푸른 하늘에 끝없이 펼쳐진 프랑스 보르도의 포도밭과 아름다운 샤토. 이곳에 내 포도밭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나만의 와인을 직접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와인 마니아들이라면 이런 꿈을 한번쯤은 꿔 봤을 겁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와인 산지 보르도나 상퍄뉴 등을 여행하다보면 그 욕구는 더 강렬해지죠. 그러나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보르도나 샹파뉴의 뛰어난 포도밭은 1ha가 수억원에 달해 일반인들이 투자하기는 매우 어렵지요. 더구나 양조기술마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개인이 와인을 만들어 내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르도의 와인메이커가 돼서 직접 와인을 빚는 프로그램 비니브.
출처=비니브 홈페이지
하지만 일반인이 직접 와인생산에 뛰어드는 것이 결코 꿈만은 아닙니다. 포도밭 일부를 분양받아 직접 와인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됐기 때문입니다. 바로 보르도의 그랑크뤼 클라세 5등급 샤토 랭슈바쥐(Chateau Lynch Bages)가 운영하는 일반인 와인생산 프로그램 ‘비니브(VINIV)’ 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와인에 자기만의 레이블을 부착하는 경우는 많지만 일반인이 직접 와인의 모든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프랑스에서 비니브가 유일합니다. 남동생과 함께 랭슈바쥐를 이끌고 있는 마리나 까즈(Marina Cazes)를 보르도에서 만나 비니브의 탄생과정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까즈 가문이 소유한 랭슈바쥐는 최근 뽀이악의 그랑크뤼 클라세 5등급 샤토 오 바따이(Chateau Haut Batailley)를 인수하는 등 로스탈 까즈(L'Ostal Cazes)를 비롯한 와이너리 6개를 소유한 와인명가입니다.

프랑스 보르도 메독 뽀이악 그랑크뤼 클라세 샤토 랭슈바쥐를 운영하는 마리나 까즈가 기자를 만나 비니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좋은 품질의 와인은 어디 가서도 살 수가 있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자기가 마시는 와인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궁금하기에 직접 체험하기를 원해요. 좋은 품질의 와인을 직접 생산하고 프랑스의 식문화까지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비니브의 매력이죠. 단순히 와인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나누고 공유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비니브 프로그램이랍니다“. 와인 양조의 전 과정을 공부하면서 프랑스의 라이프 스타일, 미식, 관광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연결하는 중간 매개체가 비니브라는 설명입니다.

보르도 와인들은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 쁘띠 베르도 등 여러 품종을 블렌딩해서 만듭니다. 와인 양조과정에서 블렌딩은 ‘와인의 영혼’을 결정한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이런 블렌딩을 일반인이 과연 할 수 있을까요. “그해의 기후에 따라 포도 품종마다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상의 와인을 만들려면 섞는 품종의 비율을 세밀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이런 복잡한 블렌딩은 일반인에게 매우 어려운 과정이죠.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비니브의 최고 양조 기술 전문가들이 직접 컨설팅을 한답니다”.

​비니브는 회원들은 최고의 양조 전문가들로부터 와인 양조 방법을 컨설팅 받으며 직접 와인을 빚을 수 있다.
출처=비니브 홈페이지
회원들은 취향에 따라 블렌딩 비율 의견을 제시하는 등 와인 양조의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 자신만의 독특한 와인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블렌딩때 필요한 시설은 랭슈바쥐 와이너리를 이용하고 물론 수확 과정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고 하네요. 비니브는 대부분 해외에 거주하는 회원들에게 샘플을 계속 보내주기 때문에 와인이 숙성되는 모습을 멀리서도 지켜 볼 수 있답니다. 와인이 숙성되는 동안 회원들은 자신이 원하는 레이블과 팩킹 디자인을 하는데 비니브 디자이너들의 지원을 받게 됩니다. 회원들은 또 다양한 테이스팅 프로그램, 와이너리 투어, 쿠킹 클래스에도 참여할 수 있고 회원들이 모여 자기들이 만든 와인들을 평가하는 자리도 마련됩니다. 

마리나 까즈
완성된 와인은 정식 ‘보르드 AOC’ 등급을 받게되며 직접 자신의 와인을 판매도 할 수 있다는 군요. “회원들은 비니브가 소유한 포도밭 중에서 원하는 곳을 고를 수 있어요. 보르도를 관통하는 지롱드강 우안에서는 메를로 품종 포도밭을, 좌안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선택하면 됩니다. 특히 좌안에서는 그랑크뤼 1등급 5개중 샤토 무통 로칠드, 샤토 라피트 로칠드, 샤토 라뚜루 등 3개가 몰려있는 뽀이악의 포도밭과 우안을 대표하는 쌩떼밀리옹의 포도밭을 사용해 프리미엄 와인을 빚을 수 있어 AOC 등급을 받게 됩니다”.

참여단위는 기본단위가 오크통 1개로 와인은 대략 280∼300병정도 나옵니다. 비용은 7000유로(약 947만원)∼1만3000유로(약 1759만원) 입니다. 인기있는 포도밭이 있다보니 어떤 구획의 포도밭인지, 오크통 종류와 오크 토스팅 정도 등 옵션에 따라 비용이 차이가 납니다. 결코 적은 비용은 아니죠. 하지만 포도주 양조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익힐 수 있고 와인 판매로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포도밭에 투자하거나 직접 와인 생산에 뛰어 들려는 이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또 자녀의 출생이나 결혼 등 뜻깊은 해를 기념하기 위해 그해 빈티지의 와인을 자기손으로 직접 빚어 평생 간직하려는 일반 소비자들도 많고 직접 빚은 프리미엄 와인을 친구, 가족, 동료와 함께 즐기거나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비니브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합니다.

비니브 회원들이 빚은 와인. 레이블을 직접 디자인하게된다.
출처=홈페이지
원래 이 프로그램은 ‘크러시 패드’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로지 와인 판매를 목적으로 했기에 오래가지 못하고 없어졌다고 하네요. 당시 이 프로그램에 관여했던 스티븐 볼저(Stephen Bolger)씨가 5년전 까즈 가문을 설득해 비니브를 현재의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재탄생 시켰습니다.

샤토 랭슈바쥐는 아일랜드에서 이주한 온 상인 존 랭슈(John Lynch)가 아들과 함께 18세기에 설립한 유서깊은 와이너리 입니다. 1937년 장 샤를르 까즈(Jean Charles Cazes)가 와이너리를 인수했고 현재는 그의 손자 장 미셸 까즈가 자녀 마리나, 장 샤를과 함께 4대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 미셸 까즈는 폐허가 된 마을을 되살려 지역의 관광명소로 만든 인물로 유명합니다.

보르도(프랑스)=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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