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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미륵사지 석탑 보수 20년… 원형 복원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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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18 21:19:10 수정 : 2017-08-18 21:4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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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문화재연구소 김현용 학예연구사/2001년부터 미륵사지 석탑과 인연/참고자료 변변찮아 고증 애먹어/보수 범위 두고 논란 있었지만/과도한 복원 정체성 훼손 우려/전통기법·현대기술 융합해 활용/석조문화재 보수 모범사례 꼽혀
전북 익산의 미륵사지 석탑 보수 현장에서 만난 김현용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석탑 보수 진행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아시아 최고(最古)·최대 규모인 미륵사지 석탑을 완전히 해체해 보수하기로 결정한 것은 1999년이었다. 구조적으로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해체가 시작된 것은 2001년 10월. 639년 석탑이 건립된 이후 130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오는 11월이면 지난 20여년간 진행되어 온 미륵사지 석탑의 보수작업이 최종 마무리됩니다.”

지난 14일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 현장에서 만난 김현용(41)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의 목소리는 한껏 고무돼 있었다. 김 학예사가 미륵사지 석탑과 인연을 맺은 것은 16년 전 부터다. 그는 석탑 해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1년 연구소에 들어와 지금껏 석탑 보수작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석탑 보수가 경력의 전부인 셈이다.

국내에서 단일 문화재를 20여년에 걸쳐 보수한 사례는 드물다. 미륵사지 석탑 맞은편에 위치한 ‘동원 9층석탑’은 복원까지 3년이 소요됐다. 김 학예사는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한 후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였다”면서 “나머지 기간은 석탑의 양식과 구조, 재료, 기법들을 연구하는 데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문화재를 보수·복원하는 과정은 과거를 향한 집념의 연속이다. 문화재가 만들어진 당시의 형태와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러나 1300여년 전 만들어진 미륵사지 석탑은 고증이 쉽지 않았다. 김 학예사는 “미륵사지 석탑에 대해 참고할 자료가 변변치 않았다”면서 “석탑을 해체하면서 설계 원리와 기술을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증이 어려운 탓에 미륵사지 석탑의 보수 범위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익산 주민들과 일부 학계에서는 석탑을 9층까지 복원하는 ‘완전 복원’을 주장했으나, 문화재청은 석탑에 대한 고증이 부족한 만큼 ‘부분 보수’를 내세웠다. 오는 11월 모습을 드러내게 될 미륵사지 석탑은 해체 직전의 모습인 6층까지 보수된다. 김 학예사는 “일부 학계에서는 9층이 최고층이라고 주장하지만, 추정일 뿐”이라며 “해체 전 탑의 최고층인 6층의 전체 모습마저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 보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륵사지 석탑을 6층까지만 복원하는 것에 대해 시각적으로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큰 흐름으로 보면 과도한 복원이 더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륵사지 석탑 보수의 목표는 해체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는 것”이라며 “고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석탑의 정체성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복원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측은 추후 석탑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통기법과 현대적 기술을 적용한 신소재를 도입했다. 김 학예사는 “석탑 내부의 돌 사이에 채워진 흙을 무기질 재료로 교체했다”며 “이는 기존의 흙과 달리 빗물 등에 씻겨 내려가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 탑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과정은 석조문화재 보수의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앞서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네팔 등의 연구소에서는 미륵사지 석탑의 보수 과정을 참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석탑 하나 보수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지난 20여년의 시간 동안 단순히 탑 하나를 해체하고 보수한 것이 아닙니다. 석조문화재 보수와 보존의 기술적 방향을 제시하는 과정입니다.”

익산=글·사진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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