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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등록금에 수월성 교육 미흡
선택 이유는 면학 분위기가 유일
자사고 무조건 폐지하려기 보다
공부하는 학교 만들면 문제 풀려
대학 입시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 확대,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외고·자사고 폐지…. 입시 판도를 바꿀 ‘김상곤표 교육정책’들이다. 아이가 고교 2년생이라서 조금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런 정책은 시행되더라도 중학교 3년생이 치를 2021학년도 입시부터다. 고교 1년생만 됐더라도 처지가 다를 것이다. 고교 1년생이라면 재수가 사실상 봉쇄돼 벼랑 끝으로 내몰리기 때문이다.

실은 아들이 자사고에 다닌다. 오로지 아들의 선택이었다. 어릴 때부터 분쟁을 매매 싫어하는 성격이다.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아빠의 근무지 변경으로 3년여간 미국에서 중학교에 다녔다. 아이가 거의 담을 쌓고 지냈던 공부에 조금은 흥미를 느낀 시기다. 수업 열심히 따라가고 과제 잘 챙겨가면 성적이 제법 괜찮게 나왔다. 귀국해서 자사고 진학을 고집했다. 자기 깐에 일반고에 가면 거친 친구들과 부딪칠 것이라고 걱정했던 모양이다.


박희준 논설위원
특권층이어서가 아니다. 빚에 허덕이는 평범한 가정일 뿐이다. 등록금이 비싸긴 비싸다. 분기당 110만원에서 몇 천원이 빠진다. 여기에 학교운영비, 중·석식비, 방과후 수업료까지 하면 엔간한 대학의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다. 큰애 대학 등록금까지 대려니 허리가 휜다. 평생 처음 만든 마이너스 통장의 숫자가 주유미터기처럼 올라간다.

자사고라서 잘 가르치지 않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천만 아니다.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것이고, 학교는 평가만 받는 곳이다. 시험 문제는 어렵기로 소문나 있다. 학생들 보고 틀리라고 내는 문제들이다. 영어 원서를 쉽게 읽어내는 아이인데도 시험 성적은 형편없다. 교과서 사진 설명에서 문제를 내고, 서술형에서 ‘the’를 ‘a’로 썼다고 해 틀렸다고 하니. 설립 취지인 수월성 교육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다. 아이들 꿈과 창의성을 채워줄 커리큘럼이나 방과후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다. 해 주는 것 없이 자사고라는 명분으로 비싼 등록금만 받아간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유일한 만족도가 면학 분위기다. 아이의 첫 학기 성적은 바닥권이었다. 한국 중학교 생활이 거의 공백이니 당연하다. 은근히 제풀에 일반고 전학 얘기를 꺼내길 기다렸다. 하지만 부모로서 좌절을 더욱 걱정했다. 고맙게도 씩씩했다. 주변 친구들이 다 열심히 하니까 혼자 한눈팔 새 없었다. 지난 학기 성적도 중간권까지 올랐다. 아내와 살림을 걱정하다가도 ‘자사고가 아니었더라면….’ 하며 위안을 삼는다. 아이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대학 이름에 상관없이 실력과 적성에 맞게 진학하길 바랄 뿐이다.

자사고라서 학생부 전형에서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른다. 전연 아니다. 다양한 비교과 활동으로 학생부를 풍부하게 채워주는 건 기숙형 자사고들이나 그렇다. 내신에서도 일반고보다 크게 불리하다. 그러니 날로 입시에서 비중이 커진다는 수시 전형에 지원한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아이의 친구들 대부분이 수능 성적으로 가는 정시만 생각하고 있다. 그나마 아이가 강점을 보인 수능 영어마저 올해부터 절대평가로 바뀐다. 이래저래 악조건이다.

교육 당국은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 과목을 늘리겠다고 한다. 7과목 중 4과목으로 확대하고 3과목을 상대평가로 하는 1안과 전체 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2안이 제시됐다. 1안대로 하면 상대평가인 국어와 수학 과목의 영향력이 커지고 내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자사고 학생들에게 아주 불리하다. 2안으로는 수능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내신까지 불리한데 굳이 자사고 진학을 택할 이유가 없게 된다. 1안이든, 2안이든 자사고는 결국 고사하고 말 게 분명하다.

자사고를 무슨 특별한 귀족학교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공부를 하려는 애들이 모인 곳은 맞다. 상대적으로 폭력이나 왕따 같은 것이 적다. 학부모들이 부담스러운 등록금에도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는 이유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세 자녀를 모두 강남 8학군 학교에 보내봤으니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결국 자사고 문제 해법은 어느 학교든지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있다. 굳이 때려 잡으려 할 필요가 없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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