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열릴 인사청문회에서 검증될 일이지만 과학계는 이 문제를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선임에 이은 문재인정부의 과학계에 대한 몰이해 내지 무신경함이 재발한 인선으로 여긴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증거를 미국 그랜드 캐니언에서 찾겠다는 창조과학에 몸담은 이를 공직자로 임명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는 비판이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 |
학교 교실에서 녹색콩, 노란콩 그림을 그려가며 다윈의 유전학과 진화론을 공부한 입장에선 이처럼 신앙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 분야에서 진화론을 배척하고 창조과학을 주창하는 일들이 좀처럼 납득되지 않는다. 하지만 19세기 다윈의 진화론 등장 이후 시작된 창조론 대 진화론의 대결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심지어 현대 미국에선 한때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게 불법이던 시절도 있었다. ‘진화론 대 창조론’의 격렬한 대립속에 1925년 미국 테네시주는 모든 공립학교에서 “성경의 천지창조론을 부정하고, 인류가 하등한 동물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 과학 이론을 가르치면 불법”이라는 ‘버틀러법’을 통과시켰다. 그 시절 미국 다른 여러 주 역시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는 조건으로 교과서를 허용했다고 한다. 이에 생물교사 존 스코프스가 버틀러법 위반 혐의로 자신을 고소하는 본보기 소송이 같은 해 벌어졌다.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왔는가” 등의 법정 공방전이 전국에 라디오로 중계되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테네시에서 버틀러법이 폐지된 건 무려 42년 뒤인 1967년 5월 18일이다. 미국의 거의 한 세대가 진화론 대신 창조론을 교실에서 배우며 자란 것이다. 버틀러법이 폐지되고 미국 전역 교실에 진화론이 퍼질 수 있었던 건 구 소련이 1957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 성공 이후다. 이에 훗날 아폴로 달 탐사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스푸트니크 쇼크’가 미국을 뒤흔들면서 교육 현장에서도 기초 학문을 중시하는 교육 개혁을 진행하면서 비로소 진화론이 다시 교과서에 실릴 수 있었다. 이후 1987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제정 분리 원칙을 들어 공립학교의 창조론 교육 금지판결을 내리며 창조론이 교실에서 퇴출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창조론은 ‘창조과학(Creation Science)’과 ‘지적설계(Intelligent design)’로 명맥을 이어오다 문재인정부에서 장관을 배출하기에 이른 것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박 전 혁신본부장 인선에 대해 “과학기술인들의 열망과 그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못했다”고 불과 며칠 전 자성한 상태인데 박 교수가 과연 순탄하게 ‘후보자’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박성준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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