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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여성성과 역사적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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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8 21:28:15 수정 : 2017-08-28 21: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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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역사적 진로와 발전
남자들보다 여자들에 달려있어
국가유지 자산 여성성과 부덕
상실한다면 미래 밝을 수 없어
여성의 미덕(美德) 중 최고 미덕은 역시 아무리 잘난 남자라도 해결할 수 없는 출산(재생산)과 양육에 있을 것이다. 이는 세상이 아무리 고도지식산업사회가 된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여성의 미덕에 하나를 더 추구하면 평화를 지향하는 마음일 것이다. 여성의 타고난 신체적 조건은 평화를 지향하게 돼있다. 남자들은 아무래도 전사로서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좋은 점은 그밖에도 아름다움과 관련되는 것이 많고, 사회를 부드럽게 만드는 존재 자체로서 충분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성의 나쁜 점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서 가장 큰 문제점은 역사의식이 적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를 낳고 키우고 음식을 장만해 가족을 먹이고(이를 ‘식탁의 축제’라고 하기도 한다) 집안 살림을 해야 하는 일상의 즉물적인 잡사들 때문에 추상적인 역사의식 같은 것은 가질 기회가 적지만 말이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지구상 어떤 민족보다 여성성이 풍부하고,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그 여성성(은근과 끈기)을 근간으로 지금까지 역사를 지탱한 한국인의 경우 오늘날 역으로 풍부한(복에 겨운) 물질문명의 세례에도 역사의식이 없는 것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미래를 향하여야 할 역사의식이 도리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갈등’으로 거꾸로 가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는 지금 여성성의 나쁜 점인 질투와 원망과 배신에 노출돼 있다.

여성성이 풍부한 것에 비해 능동적이고 공격적 남성성이 부족한 한국인은 지금 주인의식 부재로 각종 당파로 갈라져서 이전투구를 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이 쏟아내는 말을 보면, 장기적·역사적 비전에 의해 기획된 말은 없고, 공허한 말의 잔치이다. 하루하루의 뉴스들은 마치 싸움닭을 보는 느낌이다. 누가 우리 사회의 주인인가. 우리의 주인은 밖에 있고, 밖에 있어야만 주인인가.

체질화된 사대주의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미국사대주의와 중국사대주의자로 갈라져 있다. 오늘날 한국의 문제점은 크게 보면 하나이다. 주체성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지금 주체성이 없이 발전할 수 있는 최고 정점에 도달해 있다. 현재의 기술(제도)모방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다.

한국 사회의 혼란은 경제적으로는 풍부해졌지만 권력지식사회의 주체성 없음으로 인해 거짓주체성이라도 섬겨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지구상 어디에도 우리의 주체성을 대신해줄 나라는 없다. 한국인과 한국문화의 여성성은 지금 나쁜 여성성으로 돌변해 사대주의 아니면 민중주의로 변해 있다. 한국문화의 여성성과 평화주의가 미래적 희망이긴 하지만 적어도 독립적 국가체제를 유지하면서 미래를 맞아야 할 것이다.

한편 지독한 폐쇄국가인 북한은 대외개방을 체제와 정권의 불안요인으로 보고 있고,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보유하면 남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뿐 아니라 장차 적화통일, 혹은 남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 같다. 그러한 오만한 태도가 북한의 메시지 곳곳에서 풍기고 있다. 한국 정부의 일방적 평화회담 구애에는 관심도 없다. 북한의 오만과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남한의 당파싸움과 북한 우호적인 발언에도 기인하는 것 같다. 기업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오고, 소득이 올라가고, 주식시장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한국인의 사대노예근성을 버리지 못하면 독립국가 유지는 장기적으로 어려워질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는 가정적이고 평화적이기 때문에 국가 만들기에 소극적이고 둔감한 편이다. 하필 잘 살고 있는 한국에서 여성성과 민중성이 융합해 사회운동세력으로 변하여 계층현상에 대한 심한 질투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역사적 후진(역주행)의 위험도 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자의식이 성장하는 것은 좋지만 여성의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대비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국가에도 책임이 있지만 여성의 부덕의 실종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여성의 부덕에 의해 겨우 나라를 유지한 한국이 국가 유지의 큰 자산과 힘이었던 여성성과 부덕마저 상실한다면 미래는 결코 밝다고 할 수 없다. 지금 선진국의 전반적인 문제는 공장 생산성의 증가가 아니라 자국 여성 재생산(출산)의 저하에 집중돼 있다. 노동을 외국인노동자로 해결할 때는 이민문제와 함께 장기적으로 문화 차이에 의한 테러 발생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최근 벌어진 유럽의 각종 테러 사건을 통해 확인했다.

현재 한국의 역사적 진로는 남자들보다는 여자들에게 더 쥐여져 있는 것 같다. 미래가 여성시대라고 하지만, 초기 단계에 여성성의 나쁜 점이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은 불안과 함께 불길한 징조이다. 여성성의 민중성과의 결합,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한 불량 정보에 일희일비하는 대중사회는 우리 사회를 점점 더 경박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밝고 가볍게 유쾌하게 사는 것과는 다르다.

공식적인 정치권력의 권위 상실과 신뢰 부족, 그리고 주인정신이 없는 나라에서 독버섯처럼 번지는 집단이기주의는 우리 사회를 조폭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대중영합주의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의 무질서는 사회적 역동성과는 다르다. 특히 지식권력엘리트들의 당파성과 조폭성은 한국의 미래를 불안케 하고 있다.

박정진 세계일보 평화연구소장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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