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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저강도 도발은 괜찮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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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28 18:23:46 수정 : 2017-08-28 21: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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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12로 괌 포위사격을 위협했던 북한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기간 단거리미사일을 쏜 것을 두고 저강도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레드라인’(금지선)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과 핵탄두 탑재 기준으로 보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북한의 핵·ICBM 도발은 고강도 도발이고, 이보다 낮은 수준의 도발은 비교적 덜 나쁜 저강도 도발이라는 인식이 알게 모르게 퍼져있다. 핵·미사일 기술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고속 질주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체제로서는 의도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부수적 효과를 거둔 셈이다.

상상하기 싫은 일이고,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지만 북한이 단거리미사일로 남한을 때린다면 그때도 지금처럼 저강도 도발 운운하며 남의 일 얘기하듯 할 수 있을까.

북한의 위협 수준을 과도하게 부풀리며 호들갑을 떠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리를 직접 겨냥한 군사 도발을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지켜내야 하는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혹시라도 이런 판단이 앞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북한과의 대화 국면 전환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기자

남한과의 대화에 별 뜻 없어 보이는 북한에 남한을 표적으로 겨눈 저강도 도발은 해도 괜찮다는 식의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그렇게 해도 문재인정부는 김정은 체제와의 대화를 원한다는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행여나 대화 국면이 열리더라도 그렇게 한없이 낮은 자세로 북한과의 대화에 임해서 얻어내는 결과는 핵·미사일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핵·미사일은 협상 조건이 아니라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는 북한과 달리 한·미는 그간 대화 조건과 여건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하거나 오락가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원한다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과 의도를 면밀히 파악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북한에게 선의를 바라는 희망적 기대부터 접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김민서 외교안보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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