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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모두 다 갖춘 수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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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30 00:11:19 수정 : 2017-08-30 00: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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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영진위원장 자리 / 관련 단체서 추천 받아 인선 작업 / 능력보다 인기 위주 낙점 가능성 / 최선이 안되면 차선을 선택해야 정부 산하기관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만큼 시끄러운 곳도 없을 것이다. 최근 수년간 임명된 위원장들은 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거나 임기를 마쳤다고 해도 무성한 뒷말을 남겼다. 이명박정부에서 박근혜정부까지 전임 김의석 위원장을 제외하곤 강한섭·조희문·김세훈 세 위원장이 불명예 퇴진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김세훈 위원장이 2014년 2월부터 영진위를 이끌었으나 영화제 출품작 사전검열 시도 논란을 시작으로 임기 동안 부산국제영화제 파행, 예술영화지원사업 편파성 시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 사태 협조 의혹 속에 영화인들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다. 그는 영화인 직능단체들로부터 업무추진비 부적정 집행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일조했다며 1000명이 넘는 영화인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류영현 문화부장
앞서 이명박정부 시절의 강한섭 전 위원장은 공공기관장 평가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으며 임기를 미처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뒤를 이은 조희문 전 위원장은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과정에서 ‘꽃 파는 처녀’ 등 특정 작품을 거론하는 등 심사에 개입했다는 논란을 빚어오다 해임됐다. 나아가 그는 아예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채용과정에서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까지 되는 초유의 사태를 빚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문화계에서는 “영진위가 영화 진흥·발전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영진위는 현재 9인 위원 중 위원장은 공석이고, 나머지 위원 8인 모두 2년 임기가 만료됐다. 지난해 말과 올해 3월로 5명의 임기가 끝났고, 지난 26일로 나머지 3명의 임기도 종료됐다. 이로 인해 영화정책을 주도하고 이끌어 나가야 할 영진위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영화계는 그 어느 때보다 산적한 과제를 안고 있다.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일본의 혐한류에 맞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복구하고, 이른바 예술영화와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기업이 투자배급 사업체와 극장 유통망을 동시에 소유하는 수직계열화 문제 해결방안도 이번에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른 스크린 독과점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2014년 다큐멘터리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빌미로 박근혜정부를 위시한 정치권력에 의해 불거진 부산국제영화제 파행도 해결이 난망하다. 오죽하면 영화인들이 “부산국제영화제 가해자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피해자는 명예회복을 위해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사무국 직원들이 입은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고 했을까.

이 와중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고 있는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월21일 영화제 폐막식을 마지막으로 떠나기로 해 2개월 한시직인 셈이다.

영진위 수장이 떠안아야 할 짐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이런 난맥상을 타개할 적임자를 물색해야 한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최근 언론인 간담회에서 40여 영화 관련 단체로부터 영진위원장 추천을 받았다고 했다. 이 가운데 복수추천을 받은 인사들을 대상으로 인선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통을 중시하는 도 장관의 인사스타일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자칫 ‘친목단체 대표 뽑듯 한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적합한 인물보다는 가장 인기 있는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을 뽑으면 누군가 싫어하는 일은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 있다. 영화계에서도 관련 단체마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마련이어서 한 사람을 만장일치로 추천할 수는 없다. 더욱이 업무 추진력을 가지려면 욕을 들을 각오도 되어 있어야 한다.

성숙한 민주주의는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을, 차선이 안 되면 차차선을 선택하면서 서로 양보하고 인내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논리가 영진위원장을 선출하는 문체부와 영화계에도 적용되기를 바란다. 어느 자리의 수장이든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한 인사가 선임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류영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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