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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한반도 위기 속 주한미군 철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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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30 20:49:29 수정 : 2017-08-30 21: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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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치광이 이론’ 한국에 동원될 수도 지난 6월30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 양국 외교·안보 라인에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폭탄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 정부 당국자들에게 확인한 경위는 이렇다.

한·미 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한·미 관계 및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에 관해 상세하게 보고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한국이 환경영향평가를 이유로 사드 포대를 창고에 집어넣어 두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말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격노했다. “미국이 10억달러를 들여 최첨단 무기를 배치해 보호해주겠다는데 한국이 이를 받지 않겠다는 게 제정신에서 하는 소리냐”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사드 배치를 거부하면 사드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고, 이때 사드와 함께 주한미군도 철수하라고 말했다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현역 3성 장군인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 같은 지시에 화들짝 놀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분위기를 파악한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상·하 의원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혹시라도 저나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번복할 의사를 가지고 절차를 진행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은 버려도 좋다”고 준비한 발언을 했다.

한국은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 하면 지체 없이 사드 포대 6기를 모두 배치하겠다고 미국 측에 약속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북한이 ICBM급 화성-14를 발사하자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로써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은 봉합됐다. 주한미군 철수 얘기도 수면 아래로 일단 잠복했다.

그러다가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했던 스티브 배넌 당시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1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북한 핵 개발을 검증할 수 있게 동결시키면 미국은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는 협상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배넌은 이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지 이틀 만에 백악관에서 쫓겨났다. CNN 등 미국 언론은 주한미군 철수와 함께 대북 군사옵션 동원 불가 입장을 밝혀 그가 조기에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 당국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런 보도는 다분히 과장됐다. 배넌은 제임스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취임하면서 권력투쟁에서 이미 밀려났고, 짐을 쌀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미국 외교계의 영원한 대부 헨리 키신저는 북한 붕괴 이후 중국의 경계심 해소 차원에서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방안을 백악관 당국자들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달 말 보도했다.

미국 조야의 흐름을 보면 주한미군 철수 문제는 한·미 간에 끝난 이슈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중국과 빅딜을 하면서 주한미군의 위상 재조정 문제를 검토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남아 있다.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으로 행동해 상대에게 공포를 유발함으로써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 이론’이 북한뿐 아니라 한국에 동원될 수도 있다.

북한에는 선제타격을 가하는 군사옵션을 꺼내들고, 한국에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극약 처방을 들이밀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라는 이름의 폭탄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하든 감당하기 벅찰 수 있다. 이를 인지하고 대비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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