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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주도 통일기회 두 번
준비 부족으로 번번이 놓쳐
경제성장·민주화 성공 노하우
北주민 해방·통일로 완결해야
남북분단 이후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 기회가 두어 번 있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26일 국군이 압록강변 초산까지 밀고 올라갔을 때와 1990년대 중·후반 북한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다. 1950년엔 항미원조(抗美援朝)를 표방하며 참전한 중공군의 개입으로, 1990년대엔 우리의 통일 준비 미흡과 당시 정부의 통일불원(統一不願) 분단관리 정책으로 통일 기회를 놓쳤다.

1950년은 북한 군사력이 궤멸된 상태였고, 1990년대는 북한 경제력과 지탱력이 소진된 시기였다. 외부의 군사·경제적 도움 없이는 나라를 건사하기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중공군 참전은 제2차 세계대전 승리로 세계 패권을 차지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스탈린이 벌인 소련 팽창주의의 일환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러시아는 물론 중국도 한국 주도의 통일을 원치 않는다.


조정진 논설위원
1990년대 중·후반의 북한은 과음으로 의식을 잃은 취객처럼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다. 특히 구심점이던 김일성이 사망한 1994년 이후는 사상 최악이었다. 최대 300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과장이라 할지라도 전시도 아닌 평시에 총인구의 10% 안팎이 굶어죽었다는 것은 나라가 해체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탈북자가 양산되기 시작한 시점도 이 즈음이다. 가족을 등지고 고국을 떠난다는 것은 불가항력적 상황이 아니고는 좀처럼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총정치국 출신 탈북민 한모씨에 의하면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으로 남한 사회에 전쟁 공포를 불어넣던 1994년 북한 포병들은 심각한 영양실조로 포를 갱도에서 사격 좌지까지 끌어낼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약탈할 민가가 드문 강원도 등 최전방 1군단과 5군단 인민군들은 강도질도 못 해보고 그냥 죽어나가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막다른 지경에 몰려 “이대로 굶어죽느니 빨리 전쟁이라도 나서 결판이 났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는 것이다.

그의 탈북 동기는 먼저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취한 대한민국이 적극 나서서 북한 동포들을 ‘굶겨 죽이는 살인 독재에서의 해방’을 청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대북 휴민트 와해로 북한 내부 사정에 깜깜했다. 외려 핵·미사일을 개발하던 북한의 독재체제 유지에 필요한 쌀과 현금을 제공했다.

서울 불바다 운운은 북한 집권층의 두려움에서 나온 전략적 발언이었다. 개가 짖는 건 무서워서다. 용맹한 개는 짖지 않고 그냥 문다. 한씨는 “정상적인 지휘체계가 마비되다시피 부패되었고, 인민군 대부분이 극도의 반감에 치를 떨었던 그때에 북한 전방의 4개 군단을 돌려 세우기엔 1개 여단이라도 너무 많은 병력이었다”며 “특전부대만 가동해도 민족 불행의 근원인 세습독재를 종식해 버리기에 충분했다”고 단언했다. 그 정도로 민심과 군심이 김정일 정권을 증오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선 절체절명의 시기였던 1998년 출범한 김대중정부는 대북정책을 펼치면서 3대 원칙 중 하나로 ‘남측은 흡수통일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못박아버렸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출범한 현 정부도 대북정책 3원칙으로 대북 적대정책, 북한 정권의 교체와 붕괴, 인위적인 통일 가속화 등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공언했다. 체제 유지에 급급한 북한이 절실히 바라는 일이 이것이다.

내부결속용이든 대남·대미 도발용이든 핵·미사일 개발 성공은 북한 정권의 안정화, 즉 분단의 영속화를 의미한다. 우리가 해방해야 할 북한 주민이 잔혹한 독재정권 하에서 노예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가 우선 풀어야 할 인도적 문제라고 누누이 강조해온 이산가족 상봉, 국군포로·납북자 송환은 점차 물 건너가고 있다. 왜 대한민국 정부는 헌법에 국민으로 정의된 북한 동포의 해방을 적극 주장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만 민주화하고 북한 주민을 방치하는 것이 과연 정의로운 일인가. 김진명의 장편소설 ‘예언’에 나와 있듯, 세계일보를 창간한 문선명 선생은 이미 한 세대 전에 공산주의 종언과 소련 해체를 예언하고 북한 해방을 주창했다.

조정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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